[기로에 선 대부업] (1) 간판내리는 업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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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대출의 마지막 보루인 소비자금융업계가 흔들리고 있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실적이 악화된데다 새 대부업법 시행령으로 영업 규제가 강화되자 다시 음지로 돌아가거나 아예 문을 닫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계에서는 "700만명에 육박하는 저신용자들의 생활과 사회 전체의 안정을 위해 소비자금융업은 반드시 필요한 존재"라고 지적하고 있다.
기로에 선 소비자금융업의 현황과 육성 방안 등을 총 9회에 걸쳐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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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계점에 다다른 것 같습니다.
자금조달도 쉽지 않은 상황인데 연 66%로 돼 있는 이자율 상한선을 더 내린다고 하면 어차피 사업을 하고 싶어도 못해요.
다른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고 있는 중입니다."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9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퇴직금에다 몇몇 전주(錢主)의 돈을 끌어모아 소비자금융업에 뛰어든 K씨(62).벤처 붐 등의 영향으로 '반짝'호황을 누렸던 지난 2001년까지는 대출잔액을 꾸준히 불려가며 사업규모를 키웠지만,이제는 사업을 그만두기로 마음을 굳혔다.
소비자금융업계가 고사(枯死) 위기에 놓였다.
등록 소비자금융업체에 대한 유인책은 거의 없는 가운데 3000만원 초과 대출에 대해서도 이자율 상한선을 적용하는 등의 대부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발효되는 등 영업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자율 상한선을 30%로 내리는 내용의 개정안도 국회에 상정돼 소비자금융업체들은 더욱 위축돼 있는 상황이다.
대부업협회가 최근 나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400개 등록 소비자금융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의 83.8%가 현재 경영여건에 대해 "안 좋은 편"(42.8%)이라거나 "매우 안 좋다"(41%)가 대답했다.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서도 80.8%가 "지금보다 나빠질 것"(52%) 또는 "매우 나빠질 것"(28.8%)이라고 답했다.
이 같은 소비자금융업자들의 비관적 인식은 등록 취소 사태로 이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1월 말의 경우 1만4236곳의 등록업체 가운데 2707곳의 등록이 취소돼 19%의 등록 취소율을 보였다.
그러나 작년 10월 말에는 취소율이 30%를 넘어섰고 올 6월 말에는 43.2%로 급등했다.
실적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한국산업개발연구원(KID)이 올해 초 감사보고서를 공시한 13개 대형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 13곳 가운데 P사 H사 등 7개 업체가 2004년 말 기준으로 자본잠식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말 1조1443억원이었던 대출잔액도 절반 수준인 7886억원으로 감소했다.
문제는 이 같은 소비자금융업계의 위기상황이 '저신용자'들에게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심지홍 단국대 교수(한국질서경제학회장)는 "저신용자들이 총 경제활동인구의 30%인 690만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이 계층에 신용을 공급하는 일은 중차대한 과제"라며 "이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소비자금융업이 감시,규제,단속의 대상으로만 치부된다면,저신용자들의 고통이 완화되기는커녕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