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규 < 한국원자력연구소 소장 > 우리나라는 에너지원이 거의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에너지를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그 금액이 작년만 하더라도 무려 500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수출품인 반도체와 자동차를 판 금액과 비슷하다. 500억달러면 한화로 약 50조원이다. 이를 절반만 줄일 수 있다면 25조원이고 이는 우리나라 과학 기술 예산의 20배에 가깝다. 실상이 이렇다면 당연히 우리는 과학기술 예산을 더 투입해서라도 에너지 수입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는 정책을 강구해야 한다. 현재까지 자원에 의존하는 에너지 정책은 크게 두 가지 점에서 재고되어야 한다. 그 하나는 대표적 자원 에너지인 석유 가격의 폭등이다. 폭등이 문제가 아니라 폭등을 하는데도 우리나라는 거의 속수무책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리고 석유를 포함한 자원의존형의 에너지는 향후 60년 내지 100년이면 고갈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른 하나는 환경문제다. 환경문제가 국제적인 현안이 되어 이제는 유엔 기후변화협약의 형태로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 2013년이면 환경오염의 주범인 탄산가스의 배출을 일정 수준 이하로 줄여야 하는 의무감축량이 우리에게 부과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그때까지 적절한 조치가 없다면 유엔 기후변화협약으로 인해 우리나라 산업의 경쟁력이 심각하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에너지원의 변천을 살펴보면 크게 두 가지의 특성을 볼 수 있다. 그 하나는 순수한 자원의존형에서 기술적인 요소가 계속 추가되고 있다. 예를 들어서, 원시시대에는 나무를 그냥 연료로 사용하다가 석탄을 이용한 증기기관이 발명되었고, 석유를 이용한 현재의 각종 에너지 사용기기가 발명되었다. 또 다른 특성의 하나는 에너지원에서 수소가 차지하는 비율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무와 석탄에서 수소의 비중은 탄소와 비슷하다. 석유의 경우는 수소가 두 배 정도 되며, 천연가스의 경우에는 약 네 배가 된다. 따라서 이 두 가지 요소를 고려해 보면 미래 에너지원이 어떻게 변화할 것이라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 즉 기술을 이용해서 에너지원을 개발해 내야 하며,수소가 주 에너지원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수소는 전형적인 기술에너지다. 수소는 공기 중의 산소와 결합하여 물이 되면서 에너지를 발생한다. 그러나 수소는 홀로 존재하지 못하고 다른 원소와 결합된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수소를 에너지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수소를 분리해야 한다. 수소를 분리하는 것이 바로 기술이다. 많은 나라에서는 이미 수소 중심의 수소경제체제로의 변화를 예상하고 그 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에너지법을 제정해서 이에 대비하고 있다. 유럽과 일본, 그리고 중국도 마찬가지로 국가적인 차원에서 수소와 관련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술에너지는 수소뿐만이 아니라 태양열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도 포함된다. 대표적 기술에너지인 원자력의 이용이 확대되고, 태양열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이용도 획기적으로 늘어나야 한다. 수소 자동차를 비롯한 수소에너지의 사용이 보편화된다면 전적으로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에너지 문제는 많이 줄어들 것이고, 장차 예상되는 유엔 기후변화협약에 의한 탄산가스 의무감축에 대한 부담도 경감될 것이다. 자꾸만 커져가는 우리나라의 자동차,아까운 줄 모르고 사용하는 전기와 물 등 우리 주변의 낭비요소도 끊임없는 홍보를 통해 줄여야 하며, 모든 에너지 사용 기기나 건축물의 효율을 제고하는 기술 개발도 병행되어야 한다. 정부 예산이 부족하다면 전기나 석유 등 우리가 많이 사용하고 있는 에너지의 가격을 더 높여서라도 기술에너지 개발을 위한 투자 재원을 확보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