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하이구이파이'(海歸派·해외 유학파)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1978년 개혁·개방 이후 해외 유학을 갔다 돌아온 유학파들은 학계 연구계 재계는 물론 정부 요직에 대거 포진하고 있다. 덩샤오핑이 '경제개혁 군단'을 양성한다는 목적으로 해외 유학생을 대거 내보낸 것이 이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 인민은행 부행장에서 지난 6월 수출입은행장으로 승진한 리뤄궈는 지난 84년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공공관리 석사 학위를 받은 유학파다. 중국 금융의 부실채권 처리를 진두지휘하는 은행업감독관리위원회를 2003년 설립 때부터 맡고 있는 류밍캉 주석도 87년에 영국 런던시티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지난해 7월 인민은행 통화정책 국장에서 부행장보로 승진한 이강은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인디애나대에서 10여년간 교수로 활동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도 유학파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미국 정계의 반발에 부딪혀 좌절됐지만 185억달러의 거액을 베팅해 미국 석유업체 유노칼 인수를 시도했던 CNOOC(중국해양석유)의 푸청위 회장은 미국 남가주대에서 석유공학 석사 학위를 받은 인물이다. '중국판 구글'로 통하는 바이두의 창업자 리옌훙 회장은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컴퓨터공학 석사 학위를 받은 뒤 현지 정보통신 기업에서 경험을 쌓았다. 중앙부처 곳곳에도 유학파들이 포진해 있다. 쉬관화 과학기술부장(장관)은 스웨덴에서 방문교수로 활동했고,부부장(차관)인 마숭더는 파리 제6대학에서 컴퓨터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엔지니어다. 지난 4월 외교부 부부장에서 주미 중국대사로 자리를 옮긴 저우원중은 영국 런던경제학원을 나왔다. 2003년 유엔 중국대표로 부임한 왕광야 전 부부장 역시 미국 존스 홉킨스대 출신이어서 외교가에선 구미 유학파들이 옛 소련 유학파를 급속히 대체해가는 양상이다. 중국이 78년부터 해외로 내보낸 유학생은 2003년 말까지 70만명이 넘는다. 이 가운데 현재 17만여명이 귀국해 활동하고 있다. 전국 대학총장의 78%,국가급 및 성급 연구소와 중점실험실 주임의 72%가 유학파라는 통계도 있다. 유학파가 늘어나면서 취업을 못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이를 빗대 하이다이파이(海待派·해외에서 귀국 후 취업을 기다리는 그룹)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다. 하이구이파이의 35% 이상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설문조사도 있다. 이와 관련,중국 일각에서는 해외 졸업장 자체를 얻기보다는 실력을 쌓는 데 주력하는 유학파들이 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