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구에 사는 K씨(43)는 작년 연말 급한 돈이 필요해 허둥대다 길거리 전단광고에서 알게 된 미등록 대부업자로부터 500만원을 일수대출로 빌렸다.덕분에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당장 그 다음날부터 대출을 갚아나가느라 허덕여야 했다.대출조건이 하루 7만원씩 100일동안 갚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연 환산 금리로 따지면 무려 250%가 넘는 셈이다 서민들을 울리는 것은 미등록 대부업자들만이 아니다. 돈이 필요한 사람을 대부업자에게 연결해 주는 중개업자들도 대출액의 10%를 수수료로 뜯어내고 있다. 현행법상 중개업자는 대부업자로부터만 수수료를 받게 돼 있지만 현실에서는 유명무실한 규정이라는 게 업계의 얘기다. 대출중개인의 소개로 400만원을 빌렸다가 40만원의 수수료를 떼였다는 S씨(34)는 "수수료를 내지 않으면 가족과 직장에 대출 사실을 알리겠다는 식의 협박을 해 어쩔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이처럼 초고금리와 부당한 수수료를 감수하며 미등록 대부업자들을 찾게 되는 것은 제도권 금융회사의 '문턱'을 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처지에 놓인 사람들의 숫자도 일반의 예상보다 훨씬 많은 실정이다. 한국신용정보가 최근 3200만명의 신용정보를 분석한 결과 은행들이 돈 빌려 주기를 꺼리는 주의·위험등급(7∼10등급)에 속하는 사람은 690만명에 달했다. 이는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 2337만명의 30%에 달하는 수치다. 또 한신정이 은행,카드,저축은행,소비자금융업(등록 대부업체) 등 업태별로 대출실태를 분석한 결과 7∼10등급에 위치한 사람들에게 가장 적극적으로 돈을 빌려주는 곳은 등록 대부업체로 그 비율이 83.4%였다. 반면 은행의 경우 7∼10등급에 나간 대출비율이 19.9%에 머물렀다. 등록 대부업체들이 등록영업을 포기하고 지하로 숨어들어간다면 서민들은 불법 사채업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최근엔 소비자금융업체들의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되면서 그나마 이들 등록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것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국내 최대 대부업체인 APLO파이낸셜그룹이나 일본계 산와머니의 경우 의료보험증이 발급되는 직장에 6개월 이상 근속한 사람에게만 돈을 빌려주고 있다. 그 결과 지난 2002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50%대에 이르렀던 대출승인율이 올 상반기에는 10% 미만으로 떨어졌다. 이와 관련,일본 소비자금융연구소 부소장인 사카노 도모아키 일본 와세다대학 상학부 교수는 "합법적인 자금공급처의 수가 줄어들면 저신용자들의 경우 불법사채업자를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다수의 서비스 공급자들이 시장에 진입하기 쉽도록 지원책을 마련,자연스레 대출금리가 낮아지는 등의 효과가 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