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작가 윤대녕씨(44)가 신작 장편소설 '호랑이는 왜 바다로 갔나'(생각의 나무)를 펴냈다. 집필을 위해 제주도로 내려간 뒤 2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신작은 작가의 내면세계에 작지만 미묘한 변화가 있었음을 알게 한다. 작가는 제주도에 머무르는 동안 지난 연대와 결별하기 위해 애썼다고 말해 왔지만 이번 신작에선 오히려 80~90년대 젊은 날에 겪은 고통을 낱낱이 드러낸다. 그 시절을 건너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중심으로 깊이 들어간 셈이다. 소설의 주인공 영빈은 81학번으로 소위 '386세대'다. 성수대교 붕괴 현장에서 아홉살 연하의 해연을 처음 만난 뒤 두 사람은 때로는 남매처럼,때로는 연인처럼 모호한 관계를 유지하며 만남을 이어간다. 영빈의 형은 80년대 교내 프락치로 몰렸다가 수치심으로 자살했고,어머니는 암으로 세상을 떠난다. 시대와 대립해 본 적이 없는 해연은 예상치 못한 어머니의 일탈,이로 인해 바다낚시에 집착하다 바다에 빠져 죽는 아버지 때문에 내면의 상처를 입는다. 이처럼 두 사람은 지난 연대의 억압적인 시대상과 유별난 개인사가 합쳐져 만들어낸 불안감을 안고 현실에서 부유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이런 현실을 견딜 수 없어 하던 영빈은 어느 날 '호랑이도 가뭄이 들면 산을 떠나 바다로 간다'는 아버지의 말을 떠올리고 제주도로 향한다. 서울에 남은 해연은 폭식으로 정신적 허기를 채우다가 뭔가에 이끌리듯 영빈을 찾아 제주도로 건너간다. 문학평론가 장영우씨(동국대 문예창작과 교수)는 "이 소설은 평범하게 살고자 애쓰는 사람들을 어이없이 죽음의 나락으로 몰아넣었던 집단 속에 자신도 개입돼 있었음을 아프게 고백하면서 용서를 구하고 있다"며 "등단 초기의 윤대녕이 현실보다 이상이나 환영의 세계에 매력을 느꼈었다면 지금은 현실에 뿌리를 내린 채 환영의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다"고 평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