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규 현대아산 부회장의 대표이사직 박탈에서 야기된 현대그룹과 북한측의 갈등이 롯데관광이 북한으로부터 개성관광 사업 제의를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롯데관광은 이미 철도를 이용,개성 관광을 추진키로 하고 철도공사까지 사업 파트너로 끌어들인 상태다. 이는 특히 '김 부회장 대표이사직 박탈→북한 인사철회 요구→현대그룹,북한 이의제기 묵살'로 이어지는 흐름에서 불거져나온 것이어서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현대그룹은 현정은 회장이 지난 12일 그룹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경우에 따라 대북 사업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방침을 밝힌 직후 북한의 후속 움직임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현 회장은 홈페이지를 통해 김 부회장에 대한 인사 조치의 불가피성을 주장하며 "만에 하나 국민 여러분께서 비리 경영인의 인사 조치가 잘못된 것이라고 한다면 이 시점에서 비굴한 이익보다 정직한 양심을 선택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현대는 롯데관광이 이미 개성관광 사업에 상당히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내부적으로 상당히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 대북 사업이 중대 기로를 맞이할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특히 개성관광 사업은 2000년 북한측에 5억달러의 자금을 보낸 대가로 얻은 '대북 7대 독점사업' 중 하나여서 북한의 태도에 반발하는 일부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롯데관광의 경우 북한측과 관광 일정,관광객 규모 등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가 이뤄질 경우 철도공사와 합작해 설립한 관광업체인 KTX관광레저㈜를 통해 서울∼개성 간 관광열차를 운행한다는 계획이다. KTX관광레저의 김웅 대표는 "우리의 도라산역과 북한의 개성까지 19.4km 구간 철도는 연결돼 있어 하드웨어는 갖추어져 있다"며 "관광열차 운행이라는 소프트웨어만 채우면 된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다만 "최근 북한과 현대그룹 간 불협화음이 불거진 상태여서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