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4일자) 새롭게 쓰여지는 삼성 반도체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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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50나노 공정기술을 적용한 16기가 비트급 낸드(데이터 저장형) 플래시 메모리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손톱만한 칩 안에 일간지 200년 분량이나 MP3 음악파일 기준 8000곡 또는 영화 20편 이상의 동영상을 저장할 수 있는 차세대 저장매체를 선보인 것이다.
이번 기술개발로 삼성은 지난 1999년 256메가에서 출발해 6년 연속으로 매년 반도체의 집적 용량을 2배씩 늘리는 데 성공함으로써 황창규(黃昌圭)사장이 주장한 '반도체 집적도는 1년에 2배씩 증가한다'는 이른바 '황(黃)의 법칙'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반도체 칩 저장 데이터는 18개월마다 2배씩 늘어난다'는 종전의 통설인 '무어의 법칙'을 삼성전자 기술진이 완전히 깨뜨려버린 것이다.
게다가 2001년 처음으로 100나노에 진입한 이래 그동안 기술의 한계로 여겨져 온 50나노의 벽을 이번에 무너뜨림으로써 반도체 칩의 회로 선폭을 대폭 줄이는 데도 한몫을 톡톡히 해냈다.
더욱이 플래시 메모리에 시스템 LSI가 융합된 새로운 퓨전 반도체까지 개발,양산함으로써 디지털 카메라의 성능 향상,모바일 기기의 다기능화·소형화 등에도 획기적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은 반도체 신화를 새롭게 쓰기 시작한 것과 다를 바 없다.
예컨대 32기가의 모바일용 메모리 카드 제작이 가능해짐에 따라 IT(정보기술)산업의 주도권이 기존의 PC에서 플래시 메모리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 기기와 디지털 가전 위주로 전환될 수 있게 한 것이다.
한마디로 지난 30년 동안 지속돼 온 '하드 디스크' 시대를 끝내고 '디지털 페이퍼' 시대를 앞당기는 역할을 한 셈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향후 반도체 시장을 비롯 모바일 및 디지털 전자제품 시장 등을 주도해 나갈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이번에 개발한 낸드 플래시 메모리가 양산에 들어갈 경우 오는 2010년에 가서 300억달러 규모의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미 세계 낸드 플래시 메모리 시장의 55%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이 앞으로 경쟁사들과의 격차(隔差)를 더 벌일 수 있을 것임은 분명하다.
삼성이 이번에 반도체 분야에서 이룩한 개가는 첨단 기술의 개발과 상품화가 얼마나 시급하고 중요한 것인 지를 새삼 깨닫게 해주는 사례다.
삼성의 반도체 신화가 앞으로도 지속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