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 관료는 공직사회의 최고 엘리트로 꼽힌다. 한국 경제를 이끌어 간다는 자부심도 대단하다. 그런데 이런 책임의식과 자부심이 때론 도를 넘는 언행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금리 결정에 관한 재경부 관료들의 언급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린 뒤 박승 한은 총재가 "저금리 기조 변경을 검토해야 할 단계다. 다음 달 금통위 때 이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해 보겠다"고 말하자 재경부 공무원들은 불에 데기라도 한 듯 민감한 반응을 앞다퉈 내보냈다. 박병원 재경부 차관은 "경기가 좋아지면 금리를 올리겠다는 박 총재의 발언은 원론적 수준의 얘기"라며 박 총재의 발언 의도를 희석시켰는가 하면,어떤 국장은 한발 더 나아가 "금통위가 이번 달에 왜 콜금리를 동결했는지에 더 관심을 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통위는 다수결에 의해 콜금리를 결정한다"며 중앙은행 총재의 권위를 깎아내리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재경부 관리들이 이처럼 무리수를 두는데는 나름의 사정이 없지 않을 것이다. 아직은 경기가 본격 회복되지 못한 데다 고유가 등 각종 불안요인까지 잠복해 있어 금리인상이 달갑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사정을 중앙은행 총재가 모를 리 없다.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려면 금리인상을 통해 과잉유동성을 회수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을 때도 박 총재는 "부동산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릴 수는 없다"며 단호한 입장을 고수했었다. 중앙은행 총재는 그만큼 고려해야 할 게 많다. 그러려면 외풍을 받지 않아야 한다. 다행히 한덕수 경제부총리가 13일 "9월 경기 동향을 봐서 잠재성장률에 근접하는 등 회복이 확실해지면 금통위가 금리를 조정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부하 간부들의 '돌출발언 시리즈'에 대한 수습에 나섰다. 재경부 실무자들이 한은 총재의 고유 영역에 대해 이런저런 '토'를 다는 것은 중앙은행 총재에 대한 예의가 아닐 뿐 아니라,시장에 혼란스런 신호를 보낸다는 점에서도 우려스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김동윤 경제부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