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딕 아드보카트 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대표팀 감독이 선임됐다. 지난 달 23일 요하네스 본프레레 전 감독의 중도하차 이후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는 지난 2일 7명의 감독 후보를 압축했고, 결국 열흘 만에 '속전속결'로 세계적 명장을 영입하기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축구협회는 감독 후보자 선정 및 협상과정을 비공개로 진행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후보자가 7명으로 압축된 바로 다음날 축구협회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그동안 거론되지 않았던 아드보카트 감독이 내정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후 기술위원들의 평가에서 아드보카트 감독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내용의 문서가 유출돼 보도되기도 했다. 당시 축구협회나 기술위원회 측은 이에 대해 부정했지만 그 보도 내용들은 결국 사실로 드러났다. 축구협회의 비공개 원칙은 허울 뿐이었던 셈이다. 이 때문에 후보를 7명으로 압축했다는 발표도 결국 형식적이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회택 기술위원회 위원장은 "아드보카트 감독과의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돼 다른 후보들과는 접촉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가삼현 대외협력국장은 이미 아드보카트 선임 쪽에 무게를 두고 UAE 두바이로 지난 5일 긴급히 떠났다. 기술위원회가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해 접촉을 시작해 달라고 공식 요청했다는 바로 그날이다. 강신우 부위원장도 "아드보카트 감독-핌 베어벡 수석코치라는 카드 이상의 조건은 없었다"며 사실상 축구협회의 마음은 아드보카트 감독 쪽으로 일찌감치 기울어 있었음을 시인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협상 순위 1, 2위 간의 격차가 너무 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이를 뒷받침했다. 보비 롭슨(잉글랜드), 베르티 포크츠(독일) 등 그 동안 거론돼 온 세계적 명장들은 결과적으로 '아드보카트 시나리오'의 들러리였던 것이다. 또한 12일 국회 문광위원회가 조중연 부회장을 오는 27일 실시되는 대한체육회 국정감사의 증인으로 채택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일각에선 이를 사전에 무마하기 위해 축구협회가 서둘러 감독 선임을 결정하고 발표했다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국회 문광위가 지난 9일 조중연 부회장을 비롯해 이회택 기술위원장, 노흥섭 전무 등 축구협회 고위 인사들을 증인으로 신청하자 축구협회는 "부당한 정치간섭이 될 우려가 있다"며 반발했지만 이후 대책회의를 갖는 등 증인채택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워 왔다.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