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3년 대형 대부업체로 한창 잘나가던 D크레디트는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고 200억원대의 세금을 추징당했다.이 회사는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 2004년 1월 부도를 내고 쓰러졌다.D크레디트의 탈세 내용 중에는 의도적인 것도 있었지만 세무회계 업무에 미숙해 빚어진 것도 상당한 규모에 달했다. 대형 업체였던 D크레디트의 이 같은 사례는 대부업체들의 경영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한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일례로 지난 6월 말 현재 등록 대부업체 수는 1만1667곳이나 되지만 이 중 금융감독원에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대부업체는 13곳에 불과했다. 정확한 회계처리에 필수적인 전산프로그램 보급률도 현저하게 낮은 상황이다. 대부업체 회계처리용 전산프로그램을 개발한 투시안,웨인테크놀로지,아이비케이텍 등 3개 회사로부터 전산프로그램을 공급받은 업체는 70여곳에 불과하다. 전산시스템도 취약하긴 마찬가지다. 대부업협회가 지난 5월부터 출장설치 비용 등 인건비 정도만 받고 제공하고 있는 표준전산시스템을 채용한 곳은 4곳에 불과하다. 협회 관계자는 "표준전산시스템을 도입하려 했다가 업자들 스스로도 예상하지 못했던 회계상 문제가 발생해 도입하지 못한 곳도 많다"고 전했다. 고객과의 거래내역이 적혀 있는 원장내용을 전산시스템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자신이 대부업법상 이자상한선인 연66% 이상의 금리를 받고 영업을 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업자들이 의외로 많았다는 것이다. 심지어 대부업법의 내용조차 모르고 있는 업체도 상당수 있다. 협회의 의뢰를 받아 최근 약 3000개 대부업체를 대상으로 영업환경과 관련된 설문조사를 진행한 나이스리서치 관계자는 "조사대상 업체 가운데 400개만이 설문에 응했는데,응답을 거부한 업체의 30%가량은 '대부업법에 관심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부업계가 이처럼 낙후된 경영시스템부터 스스로 개선해야 자금유치 등 영업환경이 호전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사업 초기단계에서야 몇몇 전주(錢主)들의 도움을 받아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겠지만,규모가 커지면 외부자금을 조달해야 할텐데 주먹구구식의 회계처리를 계속하면 누가 돈을 빌려주겠느냐"는 것이다. 무엇보다 '고객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라도 선진 금융시스템 도입을 서둘러야한다는 지적이다. 대부업협회 양석승 회장은 "일본의 경우 업계가 꾸준히 자정노력을 기울인 결과 프로미스,아코무 등 대형 업체들이 증시에도 상장될 수 있었다"며 "선진시스템 도입의 필요성을 업계 스스로가 깨달아야 한다"고 밝혔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