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5일자) 경협사업 北에 휘둘리는 일 없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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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규 현대아산 부회장의 일선퇴진으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갈등을 빚어온 북한 당국이 롯데관광측에 개성관광사업을 제안한 것으로 밝혀짐으로써 파문이 일고 있는 양상이다.
북측의 이 같은 행위는 남북 경협 전반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성숙단계에 있는 남북간 대화 분위기를 크게 손상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정말 유감스러운 일이다.
사실 북측이 기업 내부의 일이자 고유의 경영권인 인사(人事)를 문제삼아 철회를 요구한 것부터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급기야 현 회장은 "비굴한 이익보다 정직한 양심을 택하겠다"며 "대북사업이 기로(岐路)에 섰다"고 말해 경우에 따라 사업을 포기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데까지 이르렀다.
게다가 북측은 이번 말고도 이미 여러 차례 롯데관광 등에 개성 등의 관광사업을 제의해 왔다고 한다.
하지만 이 사업은 지난 2000년 현대가 무려 5억달러나 되는 투자를 통해 북한 당국으로부터 따낸 '7대 독점권 사업' 중 하나다. 한마디로 북측의 이번 처사는 신의성실(信義誠實)의 원칙을 전제로 하는 상거래의 기본마저 무시한 것으로 중대한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다.
그런 점에서 그동안 대북 관광사업을 주도해온 현대의 권리는 충분히 존중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대북 관광사업도 남북간 평화분위기 확산을 위한 경제협력의 큰 틀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북한 당국과 현대가 대립하고 있는 마당에 다른 기업이 섣불리 끼어들어 경쟁하는 일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을 뿐 아니라 북측의 전략에 말려드는 꼴이나 다름없다.
북측도 롯데관광에 대한 사업제안이 경쟁사업자를 끌어들여 관광대가 협상 등에서 더 많은 이익을 챙기겠다는 생각이라면 오히려 남북경협의 상징과도 같은 기존 대북 관광사업의 근간마저 흔들릴 수 있음을 유념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따라서 북한 당국은 더 이상 비합리적인 행위를 삼가야 한다. 우리 정부도 민간 기업이 주도하는 사업이라는 이유로 이번 파문을 강건너 불보듯 하면서 사태악화를 방치할 일이 아니다. 이 또한 북측의 의도적 흔들기에 이용당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금강산 관광이 축소되고 개성ㆍ백두산관광 등 약속된 사업들이 계속 차질을 빚게 되면 결국 전반적인 남북 경협의 후퇴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 보다 적극적인 대책강구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