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1 부동산종합대책'의 여파로 분당과 용인에 이어 하남 남양주 화성 등 서울과 인접한 수도권 지역의 전셋값 불안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6000여가구에 달하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서조차 전세 매물이 동나는가 하면 현지 중개업소마다 전세 대기자들이 몰리는 등 전세 파동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해 △내 집 마련 시기의 저울질로 전세를 찾는 수요자들이 계속 늘어나면서 전셋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분석과 △수도권 공급 물량이 늘어나는 올 연말 이후 전셋값이 안정세를 찾을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14일 일선 중개업계에 따르면 남양주시 도농동 B아파트 32평형 전셋값은 현재 1억2000만원 선으로 2개월 전 시세인 8000만원보다 4000만원 올랐다. 서울 지역 등에서 값싼 전세 물건을 찾아 오는 수요자들이 많지만 매물은 자취를 감춘 상태다. 단지 내 D공인 관계자는 "총 5700여가구에 달하는 단일 아파트 단지에서 전세 물건을 찾아볼 수 없다"며 "간혹 1~2개 매물이 나오면 20여개 중개업소들이 달라붙는 등 한바탕 전쟁을 치른다"고 말했다. 화성시 태안읍에서도 읍내 전체 2만여가구 아파트 단지에서 전세 매물을 찾기 힘들 정도의 전세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세 물량이 달리면서 태안읍 S아파트 33평형 전셋값도 2~3개월 전 7000만원 선에서 1억2000만원까지 뛰면서 분양가의 70% 선을 넘었다. 신혼부부들 사이에 인기가 높은 주공1단지 22평형도 5000만원에서 7500만~8000만원으로 올랐다. 태안읍 K공인 관계자는 "각 중개업소마다 전세 대기자들이 5~10명씩 매물을 기다리고 있다"며 "가격을 조정하며 순번을 한두 번 놓친 대기자들이 다시 매물이 나오면 물건도 안 보고 계약에 나설 정도"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남시에서는 인근 서울 강동구 길동의 재건축 이전 수요까지 겹치며 전셋값이 2000만원 이상 일제히 뜀박질하고 있다. 아파트 밀집지역인 신장동 H아파트 21평형 전셋값은 현재 9000만원 선으로 8·31대책 이전의 7000만원보다 2000만원 올랐다. 창우동 W아파트 37평형도 1억5000만원에서 1억7000만원으로 비슷한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신장동 H공인 관계자는 "8·31 대책 이후 전세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 데 반해 재계약하는 세입자들이 많아 전세 물량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며 "하남시 인근의 신규 입주 아파트 물량이 늘어나는 올 연말부터 전셋값이 다시 하향세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전셋값 불안 현상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연말 이후 입주 물량이 대거 쏟아지는 일부 지역에서는 전셋값 급등세가 진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