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이 155개국을 대상으로 각국의 사업환경을 조사한 결과 한국은 27위로 나타났다고 한다. 아시아 경쟁국인 일본 홍콩 싱가포르가 10위 안에 들어 있고, 한수 아래로 여겨지던 태국 말레이시아는 물론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등 동구권 신흥 국가들도 우리보다 순위가 앞에 있다는 사실을 감안(勘案)해 보면 갈 길이 아직 멀다고 할 수밖에 없다. 특히 경제나 무역규모가 세계 10위권인 우리나라가 세계은행의 10개 분야별 규제 중 창업부문은 97위에 그치고,노동시장 자유화와 관련된 고용·해고 부문에선 무려 105위에 머물렀다는 사실에선 그동안 정부가 소리높여 외쳐온 '기업하기 좋은 나라' 구호가 한낱 공염불(空念佛)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먼저 창업부문의 규제 순위가 97위라는 것은 우리나라의 규제 수준이 어느정도인지 여실히 드러내 준다.실제 엊그제 산업연구원(KIET) 발표에 따르면 지금도 창업에 필요한 구비서류만 37종류 58개에 달한다고 한다. 또한 정부는 기회 있을 때마다 법을 개정해서라도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겠다고 강조했으나 현실은 전혀 다르다. 중소형 공장 하나 지으려 해도 규제가 무려 70여개에,절차를 밟는 데만 6개월이 걸릴 정도다. 오죽하면 '규제백화점''규제공화국'이란 말까지 나왔겠는가. 순위가 105위로 웬만한 나라 중 거의 꼴찌 수준인 노동시장을 보면 더욱 한심하다. 강성 노동조합 탓에 기업활동의 핵심인 고용과 해고를 자유롭게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고 보면 효율적인 기업경영은 처음부터 무리인 셈이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강성 노조가 건재하는 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수는 없다. 국내 사업을 접고 해외로 가는 우리 기업들은 물론 모토로라 레고 등 국내에 진출했던 외국 기업들이 줄지어 이 땅을 떠나는 것도 따지고 보면 강성 노조가 중요한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답도 분명해졌다. 각종 규제를 획기적으로 철폐하고,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하루빨리 회복해야 한다. 기업환경 개선 없이는 투자가 이뤄지지 못하고,투자 없이는 경기회복과 고용확대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에서도 한시가 시급한 과제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는 결코 구호(口號)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되새겨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