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가 사양산업이라구요? 체질을 개선하고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습니다." (삼익악기 이형국 대표)


지난해 국내 악기시장이 불황의 늪에 빠지고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불가 판정으로 영창악기 인수가 어려워지면서 '시련의 해'를 맞았던 삼익악기가 최근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다시 뛸 채비를 갖췄다.


삼익악기는 지난 12일 부평 청천동 공장부지 2224평을 74억원에 매각했다. 그동안 여러차례 공장부지 매각으로 2002년 4만5700평에 이르던 부평공장은 약 5분의 1 수준인 9800평으로 축소됐다. 직원수는 이 기간 중 1490명에서 205명(외주용역인력 235명은 별도)으로 7분의 1 이하로 감축됐다.


그러나 양적인 축소에도 불구하고 삼익악기의 내실은 올 상반기를 기점으로 더욱 다져지고 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부평 본사는 작아졌지만 중국 상하이 조립공장이 지난 5월 가동되면서 고정비와 생산단가는 낮아지고 물량은 오히려 늘어난 것. 지난해 4만5200대 수준으로 떨어졌던 연간 피아노 생산능력은 4만6200대로 늘어났다.


기존 인도네시아 공장과 하얼빈 부품공장 등 해외로 생산거점을 이동했고 본사의 일부 공정도 상하이 신설 공장으로 옮겼기 때문이다. 피아노 생산원가의 60% 이상이 인건비와 경비인 점을 감안하면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고 회사측은 설명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의 세인트루이스에 삼익악기 제품만을 단독으로 판매하는 브랜드숍을 개장,기존에 양판점 일색이던 유통 채널도 다양화했다.


미국 내 브랜드숍은 2~3년 내 20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삼익악기 투자자금의 원천은 김종섭 회장이 삼익악기를 인수한 2002년 하반기부터 지속적으로 매각한 부지대금 1190억원이다. 부동산에 관심이 있어 삼익악기를 인수한 것이 아니냐는 일부의 지적과는 달리 김 회장과 삼익악기측은 부지매각대금으로 800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갚고 신규 투자를 하는데 썼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삼익악기는 올 상반기 바이올린을 경품으로 제공하는 등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펼쳤다. 홈쇼핑 판매가 부쩍 늘었고 마케팅 및 브랜드 홍보에도 전력을 쏟았다. 이형국 삼익악기 대표는 "최근 몇 년간 쏟아져 나오던 중고 피아노 물량도 감소하기 시작해 시장여건이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선진국의 경우에도 주5일 근무제가 자리잡고 소득수준이 올라갈수록 중장년,노년층을 중심으로 신규 소비층이 부상한다"며 "일단 올해 100억원의 흑자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삼익악기는 지난해 영창악기 인수대금 110억원을 손실처리하면서 11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나 올 상반기에는 7억5000만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부평(인천)=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