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엔 정말이지 박물관(미술관 포함)이 많다. 루브르나 오르세처럼 규모가 큰 곳도 많지만 로댕미술관처럼 자그마한 곳들도 수두룩하다. 박물관의 수보다 더 놀라운 건 그 많은 박물관 어디나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이다. 외국인 관광객도 많지만 그보다 자주 눈에 띄는 건 어린이와 학생들이다. 전국에 박물관이 들어서 있는 건 일본도 마찬가지다. 도쿄는 물론 지방마다 민족·민속·자연사·도자·어류 박물관 등 온갖 박물관이 세워져 있고 곳곳마다 어김없이 어른은 물론 아이들 관객으로 북적댄다. 올 여름 미국 동북부 일대를 여행하고 돌아온 이의 첫마디 역시 무슨 박물관이 그렇게 많은지 놀랐다는 것이었다. 박물관은 역사 민속 예술 동식물 과학기술 등 모든 부문의 자료를 수집 보존,조사 연구 전시하는 곳이다. 그곳엔 민족의 뿌리 및 터전의 변화,예술과 산업의 변천과정이 있다. 사람들은 그곳에서 민족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느끼고 미래의 방향을 찾는다. 박물관의 수와 내용이 일국의 발전 및 문화 수준의 척도가 되는 건 이 때문이다. 광복 60주년을 맞아 오는 10월 28일 서울 용산에서 새로 문을 열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실 유물 설명에 오·탈자와 역사 왜곡 등 오류가 많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적의 근거가 된 자료는 교정본으로 최종본에선 수정됐다는 해명이 있었지만 오·탈자는 모르되 성종의 형인 월산대군을 '성종의 아들'로 표기했다는 부분 등은 납득하기 어렵다. 박물관은 단순히 옛 문화재를 전시하는 곳이 아닌,살아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막대한 재정을 투입,국립중앙박물관을 신축한 건 국민 누구나 자주 찾음으로써 삶의 질과 창의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역사(役事)일 것이다. 전시용어를 어려운 한자말에서 쉬운 우리말로 풀어쓴 것도 그같은 노력의 일환일 터이다. 오·탈자야 교열을 보면 된다지만 내용 자체가 잘못된 것은 역사와 문화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을 수 있는 만큼 차제에 보다 철저히 보완돼야 한다. 조선총독부 건물 박물관이라는 오명을 씻고 새로 태어나는 국립중앙박물관이 명실공히 민족문화의 전당이 될 수 있도록 한층 더 꼼꼼하고 세심하게 준비했으면 싶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