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1년 9·11테러 이후 승객 감소와 고유가,경쟁 격화 등으로 삼중고를 겪어 온 미국 대형 항공사들이 줄줄이 도산 위기를 맞고 있다. 경영난으로 파산보호 신청설이 무성하던 미국의 3,4위 항공사인 델타항공과 노스웨스트항공은 14일 결국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이에 따라 이미 2002년 파산보호에 들어간 미국 2위 항공사 유나이티드항공과 6위 US에어웨이를 포함,미국 내 10대 항공사 중 4개사가 파산보호 상태에 놓이게 됐다. 1위인 아메리칸항공과 5위 컨티넨탈항공은 파산보호를 신청하지는 않았지만 파산위기에 처해 있기는 마찬가지다. 델타항공과 노스웨스트항공은 최근 수년간 승객 감소와 저가 항공사와의 경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올 들어 유가가 무려 60% 가까이 치솟은 데 따른 충격을 더 이상 견뎌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델타의 경우 지금까지 100억달러의 누적적자를 기록한 것을 비롯 총 283억달러의 빚을 지고 있다. 노스웨스트 역시 부채 규모가 179억달러에 달한다. 다른 항공사들의 형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날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아메리칸항공 유나이티드항공 델타항공 노스웨스트항공 컨티넨탈항공 US에어웨이 등 미국 상위 6개 항공사의 최근 4년간 누적적자는 모두 380억달러로 올해에도 100억달러의 추가 손실이 예상된다. 반면 저가 항공사인 사우스웨스트 제트블루 에어트랜 등은 2000년 16%였던 시장 점유율을 올해 26%까지 끌어올린 데 힘입어 대체로 순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트리벤트 파이낸셜의 애널리스트 빌 호크무스는 "이제 미국 항공산업은 근본적인 구조개편에 나서야 한다"며 "수입구조를 바꿀 수 없는 만큼 비용구조를 바꾸는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실제 델타와 노스웨스트는 파산보호 신청을 계기로 추가로 감원을 실시하고 연금 지급도 축소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또 항공사들의 노선축소와 업체 간 인수 합병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델타 노스웨스트 두 항공사는 파산보호 신청에도 불구,당분간 기존 노선과 항공편을 유지하고 마일리지 혜택도 계속 부여한다고 밝혔다. 델타는 88개국 502개 도시,노스웨스트는 160개국,900개 도시에 취항하고 있으며 연간 수송 인원은 두 업체를 합해 약 2억명에 달한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