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카자흐스탄의 고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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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마티는 지난 1997년까지 카자흐스탄의 수도였다. 이곳에는 무성한 잎을 드리운 가로수가 많아 도시 전체가 숲속에 푹 빠진 듯한 느낌을 받을수 있다.
알마티는 원래 나무가 거의 없는 초원지대였다.
그런 알마티를 이처럼 상쾌한 숲속도시로 탈바꿈시킨 것은 '고려인'이었다.
1937년 스탈린 시절 연해주에서 머나먼 중앙아시아의 낯선 땅으로 강제 이주당한 고려인들은 맨손으로 척박한 땅을 일구면서 나무심기에 심혈을 기울였고,그 결과 오늘의 알마티를 있게 했다고 한다.
과거 초라했던 고려인의 위상은 이제 엄청나게 달라졌다.
현재 카자흐스탄 거주 고려인은 약 12만여명.일제강점기 죽음 같은 고통을 안고 살았던 이미지는 사라졌다.
고려인 릴리야씨는 "고려인들이 못 산다는 것은 이제 편견"이라며 "대부분 중산층 이상의 삶을 누리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일부 고려 기업인들은 이 지역에서 상당한 성공을 거뒀다.
최유리씨는 한국에도 수차례 소개됐던 대표적 인물이다.
그가 대주주로 있는 카스피 인베스트먼트 그룹은 카스피 은행,쿠아트 건설,전자제품유통업체 ATG 등 여러 개의 자회사를 두고 있다.
카자흐스탄 3대 전자제품 유통업체로 꼽히는 ATG와 테크노돔,술팍(SULPAK) 등은 모두 고려인이 대주주이거나 최고경영자로 활동하는 기업이다.
술팍은 '술탄'이라는 카자흐스탄 이름에 창업자 중 한 명인 '이반 박'씨의 성을 더해 만든 이름이다.
최근 한국기업의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고려인의 위상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한국어를 할줄 아는 고려인들은 진출기업의 좋은 현지 파트너가 되고 있다.
알마티에서 수년째 무역업을 하고 있는 한 한국인은 "70여년간 떨어져 있었지만 최근 한국문화가 유입되면서 고려인들 사이에 자부심과 한국에 대한 친밀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카자흐스탄 고려인들은 삭막한 땅을 숲속도시로 바꿔놓았고 고국의 도움 없이 자력으로 입지를 확보했다.
이제는 그들의 도약을 위해 고국이 따뜻한 관심을 기울일 때인 듯 싶다.
이상은 건설부동산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