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서 주식으로 재테크 기류가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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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부동산과 은행권에 묶여있던 자금이 증시로 넘어오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정부 의지가 워낙 강력한 만큼 과거처럼 부동산 투자로 대박을 기대하기 힘들어진 데다 현재 은행 금리로는 원금 보전도 쉽지 않다는 점을 투자자 스스로 인식하기 시작한 데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김기봉 CJ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
정부의 8·31 부동산종합대책 발표 이후 한동안 부동산과 증시를 놓고 저울질하던 시중 부동(浮動)자금이 빠르게 증시 주변으로 넘어오고 있다.
동시에 자산을 불릴 수 있는 유일한 투자처가 증권시장이라는 이른바 '증시 대세론'도 급격히 확산되는 추세다.
15일 한국은행과 자산운용협회 등에 따르면 8·31대책 발표 이후 이달 13일까지 주식형펀드와 증권사 고객예탁금은 각각 2741억원과 7678억원 늘어났다.
2주가 채 안 돼 무려 1조원 이상이 증시에 몰린 것이다.
반면 은행권 저축성 예금에서는 6000억원가량 빠져나갔다.
금리 인상(채권값 하락) 추세로 수익률이 저조한 채권형펀드에서도 5000억원 넘게 순유출됐다.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적립식 펀드 등 간접투자 열풍에도 불구하고 낮은 금리를 감수하며 은행권에 묶여있던 자금이 고수익을 낼 수 있는 증시 주변으로 몰려들고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노후 대비가 어느때 보다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재산 증식 수단으로서 증시의 중요성도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한 증권사의 서울 압구정PB센터장은 "최근 고객 문의는 부동산 세금을 어떻게 줄일 수 있느냐와 주식 투자를 지금 해도 늦지 않겠느냐는 것으로 요약된다"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완전히 옮겨간 느낌"이라고 말했다.
은행 PB점포에 수억원씩 들고와 펀드를 고르는 VIP고객들도 늘고 있다.
이건홍 씨티은행 압구정 골드지점장은 "부자들이 펀드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은 지난 수년 동안 지속된 저금리 추세가 근본 원인이지만 8·31대책 이후 이런 흐름이 한층 빨라지고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은 올 들어 투자수익률에서 주식형펀드가 강남 아파트를 크게 앞지른 것과도 무관치 않다.
국민은행과 펀드평가회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금년 들어 지난 8월 말까지 경기 분당지역의 아파트가격 상승률은 29.1%인 반면 주식편입비율 70% 이상의 성장형 주식형펀드 평균 수익률은 30.28%로 나타났다.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가격 상승률은 19.2%로 주식형펀드 수익률에 비해 10%포인트 넘게 뒤졌다.
특히 9월 이후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다는 점에서 앞으로 수익률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게 분명해 보인다.
증시로의 부동자금 유입은 주가를 올리고 기업들의 설비투자와 개인투자자의 소비 심리를 북돋워 경기를 회복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증권업협회 관계자는 "경기 회복을 위해서라도 주식시장의 활성화를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적립식펀드에 세제 혜택을 부여해 보다 안정적인 수급구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