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 광명역 폐쇄논란 왜 ? .. 무늬만 시발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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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전 9시 경기도 광명시 일직동 고속철도 광명역.
추석 연휴 시작 이틀 전인 이날 지하철 7호선 철산역에서 택시로 20여분을 달려 도착한 광명역은 망망대해 위의 섬처럼 드문드문 승객들을 맞고 있었다.
초대형 역사 주변은 싼 맛(하루 24시간 2000원)에 주차된 1500여대의 승용차가 둘러싸고 있었을 뿐,정작 역사 안팎은 한산했다.
입구에서는 셔틀버스 운전사가 무료한 듯 신문을 읽고 있었다.
광장처럼 넓은 매표소는 절반가량 닫혀 있었다.
"요즘 찔끔 늘어난 게 이 정도예요.추석 분위기치고는 썰렁하죠?"
대전에 거래처가 있어 광명역을 자주 이용한다는 김천배씨(35)는 그나마 서둘러 고향을 찾는 귀성객 덕에 사람들이 군데군데 보이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공사비 4068억원을 들인 고속철 광명역이 개통 2년도 채 안 돼 생존의 기로에 섰다.
건축면적 1만5000평에 최대 수용인원 20만명을 자랑하며 지난해 4월 가동에 들어갔지만,하루 평균 이용객이 1만여명에 불과한 '간이역' 신세로 전락했다.
이는 당초 예상치(6만여명)의 17%에 불과하며 서울역 이용객(하루 10만명)의 10분의 1 수준이다.
주말에도 1만3000여명에 그친다.
광명역이 이 지경이 된 가장 큰 이유는 서울역에 고속철 시발역 자리를 빼앗긴 탓이다.
여기에 연계교통망을 제대로 갖추지 못해 이용객들의 접근이 쉽지 않은 것도 다른 원인이다.
광명역은 바로 연결되는 전철이 없어 버스나 택시로만 접근이 가능하다.
개통 초기에는 공항버스와 일반버스 등이 '미래의 수익'을 염두에 두고 광명역에 정차,손님을 실었지만 적자가 늘어나자 대부분 업체들이 슬그머니 노선에서 뺐다.
이로 인해 안양 과천 부천 수원 인천 등 서남부 수도권 1400만명의 주민들을 아우르겠다는 당초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
동편 식당가에서 만난 택시운전사 주종태씨는 "주차료가 싸다보니 차만 넘쳐나고 있다"며 "대형 국책사업의 성공을 기원하던 마스코트가 초대형 주차단지로 전락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사흘 전 광명역 폐쇄론까지 나온 뒤 이 일대는 초상집 분위기다.
이철 철도공사 사장은 지난 12일 "10조원의 부채 해결을 위해선 구조조정이 필요하고,연 420억원의 적자가 쌓이고 있는 광명역도 예외가 아니다"고 밝혔다.
이같은 발언이 나온 뒤 시민들은 펄펄 뛰고 있다.
시민대책위원회 이종락 위원장(44)은 "광명역 폐쇄론은 광명시민들을 짓밟는 처사"라며 "설사 폐지가 아닌 축소 방침이라 해도 고사되기는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건설교통부도 폐지론이 불거진 데 대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건교부 철도운용과 황성연 과장은 "광명역은 고속철 노선운용 체계상 꼭 필요한 역이어서 폐지할 이유가 없다"며 "신안산선(여의도~광명역) 도입 등 연계교통망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철도공사측은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구조조정 원칙은 불변이라는 입장이어서 갈등 해결이 어려울 것으로 우려된다.
광명=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