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규 현대아산 부회장 인사 문제로 불거진 현대그룹과 북한 간의 갈등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꼬여만 가고 있다. 남북 장관급 회담에 참석 중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회담에서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겠다"며 정부의 개입 의사를 내비쳤지만 현대와 북한 간의 입장 차이가 워낙 뚜렷해 중재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중재에 나설 수 있겠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식'이라면 향후 대북 경협사업에서 비슷한 문제가 또 생길 수 있다"며 원칙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북측 입장 변화 있을까 "읍참마속의 결단이었다. 비굴한 이익보다 정직한 양심을 선택하겠다. 대북 사업이 기로에 선 듯하다"는 지난 12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입장 발표에 대해 북측이 매우 불쾌해했다곤 하지만 아직 공식 반응은 나오지 않고 있다. 평양에서 열린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도 이 문제는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우리로선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면서 "북측이 오해를 풀기를 기다리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현대측은 정 장관이 16일 권호웅 북측 단장과 평북 향산군에 위치한 '국제친선전람관'을 오가며 네 시간 동안 갖게 될 차량 면담에서 실마리가 풀리길 기대하는 눈치다. 이와 관련,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김윤규 부회장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부에서 흘러나오는 대북사업 독자 추진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금강산 관광이 하루 빨리 정상화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정부 중재는 원칙대로' 대북 전문가들은 정부가 한국관광공사를 통해 금강산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만큼 어느 정도 중재는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대측을 압박하는 등의 '무리수'를 둔다면 향후 비슷한 문제가 언제든지 되풀이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와 관련,통일부는 이날 정 장관과 현 회장이 만나 김 부회장의 복귀 문제를 논의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며 부인했다. 임강택 통일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이번 문제가 남북 공조를 얘기해 온 북측의 입장에 비춰도 이율배반적이라는 점을 강조해야 할 것"이라면서 "갈등을 봉합하기보다는 시스템과 원칙을 확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북한연구팀장도 "양측의 합의로 진행돼 온 금강산 관광과 추진 단계에 있는 개성 관광은 분리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정부는 합의에 의해 문제없이 진행돼 온 사업이 차질을 빚은 데 대해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