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제2브레튼우즈에서 新플라자 체제로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를 앞두고 1970년대 이후 약 30년 이상 유지돼온 '제2브레튼우즈 체제'를 종식하고 신플라자 체제를 태동시켜야 한다는 요구가 강하게 일고 있다.
브레튼우즈 체제란 44년 IMF 창립 이후 미국 달러화를 기축통화로 삼았던 금환본위 제도를 말한다.
이 제도 하에서는 미국의 달러화만이 금과 일정한 교환비율을 유지하고 각국 통화는 기축통화와의 기준환율을 설정·유지해 세계무역에 기여했다.
같은 맥락에서 제2의 브레튼우즈 체제란 71년 당시 닉슨 미국 대통령의 금태환 정지선언 이후 '강한 달러-약한 아시아 통화'를 골간으로 미국과 아시아 국가들 간의 묵시적인 합의 하에 유지해온 환율제도를 의미한다.
미국이 자국의 절대적인 희생을 바탕으로 이 체제를 유지해온 데에는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발전을 도모하고 공산주의 세력 확장을 방지하고자 했던 의도가 깔려 있었다.
시각차가 있으나 제2브레튼우즈 체제는 이런 미국의 의도를 달성한 것으로 평가된다.
일부에서 제2브레튼우즈 체제를 2차 대전 이후 폐허가 된 유럽의 부흥과 공산주의 세력 확장을 막기 위해 미국이 지원했던 '마셜 플랜'의 또 다른 형태라고 부르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후 제2브레튼우즈 체제에 균열이 보이기 시작한 때는 80년대 초다.
아시아 통화에 대한 의도적인 달러화 강세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더 이상 용인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당시 레이건 행정부는 여러 방안을 동원했으나 결국은 선진국 간 미 달러화 약세를 유도하기 위한 플라자 합의로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었다.
제2브레튼우즈 체제가 또 한 차례 균열을 보이게 된 계기는 95년 4월 달러화 가치를 부양하기 위한 역(逆)플라자 합의와 아시아 외환위기다.
역플라자 합의에 따라 미 달러화 가치가 부양되는 과정에서 외환위기로 아시아 통화가치가 환투기로 폭락하면서 '강한 달러-약한 아시아 통화' 간의 구도가 재현됐다.
특히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고정시킴에 따라 제2브레튼우즈 체제는 70년대보다 더 강화된 모습을 띠었다.
그 결과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문제가 다시 불거지기 시작하면서 올해는 6000억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돼 80년대 초 상황이 재연되고 있다.
그렇다면 제2브레튼우즈 체제가 붕괴되고 플라자 체제가 다시 올 수 있는 것인가.
결론부터 말한다면 앞으로 플라자 체제가 다시 온다 하더라도 명시적인 합의 형태를 띠기는 어려워 보인다.
80년대와 달리 세계 각국 간의 경기회복세 차이로 일방적으로 달러화 약세를 용인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내용도 많이 변했다.
80년대에는 미국 경상수지 적자의 주범이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이었으나 최근에는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이다.
따라서 신플라자 체제는 명시적이기보다는 묵시적으로,달러 약세를 유도하는 중심통화도 엔화를 비롯한 선진국 통화보다는 위안화를 비롯한 아시아 통화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
신플라자 논의와 함께 아시아 국가의 환율모형(template)으로 바스켓 제도가 부각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