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서초역 인근 한국지방행정연구원.밤 9시가 넘었는 데도 1층 강의실은 마치 고시학원을 방불케 하듯 면학열기가 뜨겁다. 동아대가 개설한 중국통상법률전문가 과정으로 변호사와 판·검사 등을 대상으로 중국의 법률체계와 통상정책 등을 가르치는 교육이다. 강사진은 법률 분야에서 중국 최고 명문인 중국법정대학 교수들을 비롯한 국내외 최고 전문가들.이번이 2기 과정인 데도 변호사와 판·검사 등 법조인만 40명이 등록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개업 3년차인 신동선 변호사(여·사시 42기)는 휴식시간 10분도 아까운지 책에 밑줄을 그어가며 강의 내용을 열심히 훑고 있다. 그녀는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이 법률 문제에 많이 부닥치고 있으나 중국법을 아는 한국 변호사들은 적다"며 "남편(조정환 변호사)과 함께 중국 유학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신우의 중국팀 변호사 4명도 이 과정을 듣고 있다. 4개월간 매주 목요일 저녁에 4시간씩 시간을 내야 하지만 그만큼 사정이 다급하다. 중국팀은 매일 아침 1시간씩 사내에서 중국어 교육도 받고 있다. 신우의 최찬욱 변호사(사시 41기)는 "홍콩을 비롯한 중화권 프로젝트가 전체 국제 비즈니스의 50%를 차지할 정도로 많다"며 "내년에는 중국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법무차관 출신으로 법무법인 바른에서 고문을 맡고 있는 명로승 변호사도 중국 시장 개척팀 소속 2명의 변호사와 함께 강의에 귀를 기울였다. 이 프로그램은 대만에서 중국경제법과 상사법을 전공한 뒤 귀국한 조동제 동아대 교수의 제의로 지난 3월 처음 열렸다. 중국법에 정통한 조 교수는 "중국에 투자한 한국 기업이 3만여개에 이르지만 법률적인 검토 없이 무작정 투자 결정을 하고 있다"며 강의 개설 배경을 설명했다. 매주 강의를 듣기 위해 중국 칭다오에서 서울행 비행기에 오른다는 투자자문회사 코렘의 이계순 이사도 "중국법을 몰라 기업 활동 초기부터 법률 분쟁에 휩싸이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변호사를 제대로 쓰기 위해서라도 중국법을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기 과정 강사로 지난 98년 중국에 사무실을 낸 정연호 법무법인 신세기 대표변호사는 "이곳에서 배우는 것은 중국법의 가장 기초"라며 "중국 진출이 추세인 것은 분명하지만 기업이나 변호사 모두 준비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