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는 요즘 미국 내 자회사인 제니스 때문에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이 회사가 가진 북미방식 디지털TV 전송(VSB) 특허로 인한 라이선스 수입이 앞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제니스는 지난 1995년 LG전자에 인수된 이래 줄곧 적자를 내 한때 LG전자의 애물단지로 꼽혀왔다.


1999년에는 파산 신청이나 다름없는 기업회생 계획을 미국 법원에 내기도 했다.


그러나 LG전자는 제니스를 포기하지 않았다.


VSB 특허가 언젠가는 대박을 낼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LG전자의 이러한 기대는 디지털TV가 컬러TV의 새로운 흐름으로 떠오르면서 그대로 적중했다.


제니스는 일본 도시바,미쓰비시,샤프 등 10여개 유명 가전회사들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으며 현재 50여개 업체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니스는 VSB 특허로만 앞으로 2∼3년 내에 1억달러 이상의 수익을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허 하나가 애물단지였던 제니스를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바꿔놓은 것이다.


◆ 특허는 블루오션을 만들어낸다


21세기는 특허가 곧 경쟁력인 시대로 통하고 있다.


특허를 가진 자가 세계 경제를 지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허는 천문학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원천 기술을 갖고 있는 미국 퀄컴사는 특허 수입으로만 영업이익의 50% 이상을 챙기고 있다.


CDMA 휴대폰 세계 1위 업체인 삼성전자가 지난해 이 회사에 지불한 CDMA 특허 기술료만 3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CDMA 단말기 1대를 팔 때마다 퀄컴에 대략 5%의 로열티를 내야하기 때문이다.


특허는 경쟁이 없는 블루오션을 만들어낸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엑셀'로 세계 스프레드 시트(표 계산 프로그램)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이 회사가 엑셀에 대한 특허권을 완전히 거머쥐어 기본적인 원리와 모델을 활용한 스프레트 시트의 개발 자체가 원천 봉쇄돼 있는 까닭이다.


이에 따라 선진국 기업들은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투자, 특허 획득에 온 힘을 쏟고 있다.


한국이 특허경쟁력 확보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다.


◆ 특허기술 부족 기술무역수지 적자 매년 늘어


한국은 아직까지 반도체 등 일부 분야를 제외하고는 선진국에 비해 특허경쟁력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산업기술평가원에 따르면 1994년부터 2003년까지 10년간 우리나라가 미국 특허청에 등록한 특허 건수는 3944건으로 일본(3만5517건)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특히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원천 특허기술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따라 한국은 만성적인 기술무역수지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과학기술부가 최근 내놓은 '2004년도 기술수출 및 기술도입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기술수입액은 41억4700만달러로 전년도에 비해 28.1%나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비해 기술수출은 14억1600만달러에 불과해 무려 27억31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전기·전자 분야 기술무역 적자규모가 6억2700만달러로 전체 적자규모의 23%를 차지해 IT강국의 위상을 무색케 했다.


기술료 수입은 경비가 필요없는 순수한 이익으로 흔히 일반 상품 매출의 20배 가치를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이렇게 계산한다면 한국은 지난해 기술무역에서 무려 546억달러의 적자를 본 셈이 된다.


지난해 전체 무역수지 흑자인 279억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 대학과 공공연구기관 특허 실적 저조해


한국의 특허경쟁력이 선진국 수준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대학과 공공연구기관이 특허산실로서의 역할을 해야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대학은 우리나라 연구개발투자의 10%를 점유하고 있고 박사급 연구인력의 72.1%를 보유하고 있지만 특허출원건수는 국내 전체 특허출원의 0.5%에 불과한 실정이다.


전체 연구개발 투자의 14%를 차지하고 있는 공공연구기관도 같은 기간 특허출원건수가 전체 건수의 2.9%에 머물고 있다.


특허보다 연구논문 실적을 더욱 높이 평가하는 국내 연구계 분위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학과 공공연구기관의 민간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실적도 극히 부진하다.


92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특허청에 신고된 2만5310건의 기술이전 실적 가운데 대학에 의한 기술이전은 0.3%인 66건에 그쳤고 공공기관에 의한 기술이전 역시 331건(1.3%)으로 매우 저조했다.


김종갑 특허청장은 "미국 컬럼비아대학이 2002년에 약 1670억원의 기술료 수입을 올린 반면 같은 해 우리나라 111개 대학의 기술료 수입은 27억원에 불과했다"며 "국내 대학이 산·학 협력을 강화하고 연구자의 특허기술개발에 대한 보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