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삼성전자는 일본의 소니와 특허의 상호 사용을 주요 내용으로 한 크로스 라이선스(Cross-License) 계약을 체결했다. 한·일 전자업계에서 일대 사건으로 평가된 이 계약은 10여년 전만 해도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었다. 소니는 삼성전자를 특허 공유의 '파트너'로 생각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한 수 아래의 기업으로 내려다 봤기 때문이다. 그런 소니가 '일본 전자산업의 대명사'라는 일종의 자존심을 꺾고 삼성전자와 특허 공유를 위해 손을 잡은 것은 그만큼 삼성전자의 특허 기술력을 더이상 무시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오히려 소니로서는 각기 특허권을 행사할 경우 상당한 기술료를 지불해야 함은 물론이고 신속한 제품 개발에도 차질을 빚을 정도가 된 것이다. 두 회사는 디지털과 브로드밴드 분야의 특허 포트폴리오를 공유함으로써 빠르게 진화하는 디지털 기술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유 기술에는 기초 반도체 기술과 각종 산업 표준기술 등이 포함된다. 반면 각기 차별화된 분야의 기술 특허와 디자인 권리 등은 두 회사의 독창성과 경쟁력 유지를 위해 공유하지 않기로 했다. 이 같은 성과는 삼성전자가 오랫동안 지속해 온 기술개발과 특허 전략의 결실로 평가되고 있다. 반도체는 물론이고 PDP LCD 등 핵심 제품의 기술력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결과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지난해 특허 사용료로만 1조3000억원을 지불했을 정도로 여전히 많은 기술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또 고속 성장을 거듭하면서 특허 분쟁도 심심찮게 겪고 있다. 현재 미국의 고속 메모리칩 기술 업체인 램버스사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 침해소송이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