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요즘 미국 메모리칩 설계업체 램버스와의 특허분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6월 램버스가 삼성전자가 D램을 비롯한 14건의 특허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미국 캘리포니아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도 램버스의 특허가 무효임을 주장하며 맞소송을 하고 나서 양측의 분쟁은 가열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이외에도 지난해 말 타이완 PC업체 4곳을 특허 침해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국내·외에서 40여건의 특허 관련 소송에 휘말려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기업들을 향한 외국 기업들의 특허공세가 강화되고 있다. 과거 저임금을 무기로 삼았던 한국기업들이 이제는 기술력에 있어 외국 선진기업들의 지위를 위협할만큼 급성장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의 기술력이 가장 돋보이고 있는 정보·통신 분야에서 미국 일본 등 선진국기업들의 파상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가적인 차원에서 특허 분쟁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가리지 않는 선진국 기업의 특허공세 지난 2004년은 국내 기업에 대해 일본 기업이 특허 선전포고를 선언한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4월 일본 후지쓰가 삼성SDI에 대해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 특허를 침해했다며 제소한데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마쓰시타가 PDP 특허침해혐의로 LG전자에 대해,도시바가 낸드형 플래시메모리 특허침해혐의로 하이닉스에 대해 각각 소송을 제기했다. 일본의 특허공세는 올해에도 계속되고 있다. 도시바는 지난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에 하이닉스가 반도체 금속층 제조방법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도 한국에 대한 특허압박에 동참하고 있다. 삼성전자-램버스 특허분쟁에 앞서 미국 화학기업 롬앤하스는 올초 SKC에 대해 화학·기계적 연마(CMP) 패드 특허침해혐의로 제소했다. 선진국 기업들의 특허공세는 중소기업에도 예외가 아니다. 반도체 검사장치업체인 파이컴은 지난해 3월 미국 폼팩터사로부터 차세대 반도체 프로브카드인 멤스카드(MEMS CARD) 특허침해혐의로 제소당했다. 파이컴이 2003년 8월 폼팩터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멤스카드를 개발하자 폼팩터가 견제에 나선 것이다. ○특허분쟁,정부차원의 문제로 특허분쟁은 단순히 기업과 기업 사이의 문제에서 한걸음 더나아가 정부차원의 문제로 확대되는 추세다. 일본 세관에서 지난해 4월 후지쓰의 신청을 받아들여 삼성SDI의 PDP에 대해 통관보류조치를 낸 것은 자국기업을 위해 일본정부가 발벗고 나선 증거로 해석되고 있다. 당시 일본 세관은 후지쓰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지 2주일밖에 되지 않고 법원에서 막 심사가 시작된 단계에서 전격적인 통관보류조치를 취해 논란을 일으켰다. 선진국의 특허공세는 단순히 특허소송에 머물지 않고 있다. 유사한 사업영역을 보유한 기업들이 특허 카르텔을 형성해 한국 등 다른 후발주자들의 진입을 막는 것도 한 방법이다. 휴렛팩커드,캐논,엡손 등 5개 기업이 참여한 컬러잉크젯 프린터 카르텔이 대표적이다. 이 카르텔이 보유한 특허는 7000여건에 달해 이 특허를 모두 피하면서 독자적인 제품을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국내 기업들 특허전문 인력 늘린다 선진국의 특허공세가 강화됨에 따라 특허청은 특허관련 동향 및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기업에 미래의 특허분쟁 가능성을 미리 알려주는 특허분쟁 예보시스템을 도입키로 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기업들도 특허분쟁 대비책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LG전자는 변리사 등 특허전문 인력을 현재 150명에서 2007년까지 250명으로 대폭 늘리기로 했다. 이를 위해 미국과 중국 일본 유럽 등 특허거점을 구축해 지역전문가를 육성하고 특허개발,소송 등 업무별 전문가를 키우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오는 2010년까지 특허전담 인력을 45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국내 중소기업들은 아직까지 특허분쟁에 대해 무방비인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동종업계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동으로 특허 분쟁에 대응하는 방법도 모색되고 있다. 삼성전자 이레전자 등 국내 전자업계 최고경영자(CEO) 40여명이 지난해 말 발족한 '특허 CEO포럼'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최근 열린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서 정보기술(IT)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특허분쟁 컨설팅을 전담하는 '특허 로펌'을 지정,중소기업을 위한 상시 IT특허 법률서비스 체계를 구축키로 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