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정부 지원시책은 무려 170여가지에 이른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자금문제는 물론이고 기술,인력,특허출원 등 창업에서부터 판매에 이르기까지 온갖 지원시책이 마련돼 있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한마디로 가능한 모든 정책수단이 총동원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실제 중소기업들은 이러한 제도에 얼마나 만족하고 있는가. 아마도 '불만'이란 답이 더 많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중소기업들의 정책적 지원요청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는 일이다. 왜 그런가에 대한 해답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우선 지나치게 많은 백화점식 지원제도로 인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데 큰 원인이 있다. 정책의 핵심은 자금지원인데 한정된 재원으로 수많은 종류의 지원을 생색내듯 실시하고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특히 꼭 필요한 자금지원도 손쉽게 이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예컨대 영업실적이나 재무상태 등 신용도 측정에 필요한 자료를 제시할 수 없는 신성 중소기업 등은 신용보증제도조차 이용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더구나 제도가 너무 복잡하고 다기화돼 있어 중소기업들이 어떤 지원시책이 있는지를 몰라서 이용하지 못하는 것도 태반이다. 또 경제환경과 여건의 변화를 고려하지 않은 채 과거의 지원시책을 그대로 답습(踏襲)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시책들도 있다. 그런가 하면 쥐꼬리만한 지원을 해주고 사후관리만 엄격히 하기 때문에 오히려 경영간섭의 인상만 풍기고 마는 경우도 허다하다. 다시 말해 제도는 완벽에 가까우리만큼 잘 돼있는데 절차가 까다롭거나 지원규모가 경제단위에 미치지 못해 풍부한 지원제도가 노리는 효과를 제대로 거둘 수 없는 게 지금의 중소기업지원제도다. 우리는 중소기업이라고 해서 무조건 정책지원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는 보지 않는다. 그럴 경우 오히려 자생력을 떨어뜨리고 경제체질을 약화시킬 수 있는 부작용도 크다. 그런 점에서 지원의 실효성을 높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복잡다기화돼 있고,실효를 거두기 어려운 현행 중소기업지원제도의 대폭적인 개편이 절실하다. 이용효과가 떨어지는 지원시책을 과감히 폐지하고 대신 실효(實效)를 거둘 수 있다고 판단되는 사업에 대해선 자금과 정책역량을 모아 충분히 지원해주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