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민심에 화들짝 놀란 의원들…"먹고 살기도 힘든데 무슨 정치 얘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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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민심의 화두는 역시 민생 문제였다.
정치 얘기는 뒷전이고 경제부터 살려달라는 게 지역민들의 한결같은 요구였다고 여야 의원들은 19일 전했다. 열린우리당은 '한가위 귀향보고서'에 국민통합을 위한 대연정의 필요성과 8·31부동산 종합대책의 효과 등을 담아 의원들을 통해 홍보했다. 한나라당은 연정 불가론과 분야별 정부의 실정,감세정책의 당위성 등을 골자로 한 당보를 만들어 지역민들에게 전달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역시 '첫째도 경제,둘째도 경제,셋째도 경제'였다는 게 의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의원들은 여야,지역에 가릴 것 없이 "먹고살기 어려운 판에 무슨 정치얘기냐"는 혹독한 밑바닥 민심을 확인해야 했다.
◆지난해 보다 어렵다=명절 때마다 의원들이 단골로 들르는 곳이 재래시장이다. 재래시장은 바닥 민생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이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박병석 의원(대전 서갑)은 "재래시장 상인이나 자영업자들이 올해 경기가 지난해보다 못하고 어렵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당 서갑원 의원(전남 순천)은 "재래시장 상인들이 경기를 살려달라고,서민들 먹고 살게 해달라고 아우성을 쳤다"고 전했다.
한나라당 김희정 의원(부산 연제)은 "재래시장을 10군데 돌아다녔는데,상인들은 '온통 경기가 좋아진다는 데,어디가 좋아진다는 얘기인지 모르겠다. 당국자들이 도대체 시장통에 한번 나와보고 그런 얘기를 했으면 좋겠다. 세금을 거둬다 어디에 쓰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쏟아냈다"고 말했다.
이병석 의원(경북 포항북)은 "재래시장을 개선하기 위해 예산을 들여 각종 시설을 고쳤지만 고객수가 계속 줄어든다는 하소연이 많았다"며 "민생이 몰락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재래시장이 아니더라도 체감경기 부진은 여전하다고 임태희 의원(경기 성남 분당을)은 강조했다.
임 의원은 "분당의 한 대형 할인마트의 경우도 고객들의 추석 씀씀이가 20%가량 줄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연정·선거구제 '무슨 얘기냐'=정치 현안에 대한 민심을 전하는 여야 의원들의 발언에 다소 온도차가 있었다. 하지만 연정론 선거구제 개편 등에 대해 지역민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관심 밖'이었다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다.
열린우리당 이시종 의원(충북 충주)은 연정론·선거구제와 관련,"많이 가라앉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얘기를 듣지 못했고,얘기하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채수찬 의원(전북 전주 덕진)도 "지역민들은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었고,전혀 관심이 없었다"고 말했다.
김재윤 의원(제주 서귀포·남제주)은 "연정론보다 경제에 집중하고,여야가 상생 정치를 해달라는 주문이 주류를 이뤘다"고 했다.
노웅래 의원(서울 마포갑)은 "지역 주민들로부터 '연정'은 뭐고 '개헌'은 또 무슨 얘기냐는 핀잔을 많이 받았다"며 "국민들 머리만 아프게 하지 말고 편하게 살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이 많았다"고 말했다. 노 의원은 또 "여당이 정국을 주도하지 못하고 끌려만 다닌다는 꾸지람도 있었다"고 전했다.
한나라당 최경환 의원(경북 경산·청도)은 "도대체 연정이 뭔지,선거구제 개편을 왜 꺼냈는지 모를 뿐더러 관심도 두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희정 이병석 의원도 "단 한사람도 '연정의 연자'를 말하지 않더라"고 가세했다.
홍영식·김인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