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2차 한반도 핵위기 이후 한반도를 짓눌러 온 북핵 문제가 해결의 가닥을 찾았다. 제4차 6자회담 2단계 회의 시작 7일째인 19일 참가국들이 핵심 쟁점이었던 북핵폐기의 대상과 범위,북·미 간 관계정상화 및 경제지원이라는 양대 축의 '균형 맞추기'에 성공했다. 이로써 북핵 문제는 '말 대 말'단계에서 '행동 대 행동'이라는 실질적 조치로 넘어가는 단계로 진입할 수 있게 됐다. 다만 2단계 회의의 핵심쟁점이었던 경수로 문제가 외교적 문구로 애매모호하게 처리됐다는 점은 향후 불씨로 남을 전망이다. ◆북핵 해결,실행단계 진입 4번의 수정을 거쳐 마련된 A4 용지 3페이지 분량의 공동성명은 북핵 폐기와 검증, 미·일의 대북 관계정상화 추진 등 북한이 원하는 사안을 포함해 6개항을 명시하고 있다. 여기에는 북핵 문제의 해결을 위한 각국의 조율된 최종 목표와 함께 1차적 행동단계들이 포함돼 있다. 한마디로 한반도 핵위기의 발단이 된,북한이 주장하는 핵보유의 근거를 원천 해소할 수 있도록 실천적 가이드라인까지 그려넣은 것이다. 특히 이번 공동성명에 북핵 폐기뿐만 아니라 '검증'을 명문화시킨 것은 북핵문제의 실질적 진전이라는 이번 회담의 목표를 일정부분 충족시킨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계획을 포기하고 빠른 시일 내에 핵비확산조약(NPT) 복귀,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독 수용을 명문화시킨 것이 단적인 예다. 이에 따른 상응조치의 내용도 추상적 수준을 넘어섰다. 미·일의 대북 관계정상화와 관련,북한의 주권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이를 양자회담을 통해 추진키로 하는 방법론까지 제시했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단초 마련 이번 공동성명이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갖춤으로써 향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또 다른 다자간 논의의 틀이 이뤄질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한 점도 성과로 꼽힌다. 특히 미국이 한반도에 핵무기가 없으며 조선을 공격하거나 침략할 의사가 없음을 확인했으며,한국도 지난 1992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에 의거,한국영토에 핵무기 반입을 하지 않겠다는 점을 문서화했다. 우리 측 대북 직접 송전계획인 중대제안을 살려놓은 점도 한반도에서의 분쟁 가능성을 낮추는 안전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부 당국자는 "이번 합의로 북·미 간 기본관계의 틀로 50년 넘게 유지됐던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체결될 가능성이 커졌으며 중국과 일본이 참여하는 다자간 안전협정을 이끌어낼 수 있는 '로드맵'이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경수로는 추후 논의 협상타결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 권리,특히 경수로 문제도 공동성명에 명기됐다. 각국이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권리에 존중의사를 밝히고 적당한 시기에 경수로 제공 문제를 논의키로 하는 내용의 구체적 내용을 공동성명에 삽입한 것. 북·미 간 치열한 논리싸움의 와중에서 한국과 중국의 적극적 중재를 통해 접점을 찾기 했지만 다소간 해석의 불확실성도 남겼다. 경수로의 요구시점 자체를 '적당한 시기'로 표기한 것이 단적이 예다. 이는 북핵의 완전한 폐기 이후 국제사회의 신뢰라는 검증시간을 전제로 한 것이지만 향후 각 단계별 이행과제에서 언제든지 논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