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타결] 경수로 문제 임시봉합 ‥ 불씨 남겨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이번 회담을 결렬과 타결의 고비로 몰고간 핵심쟁점은 경수로 문제였다.
북한이 회담 기간 내내 '평화적 핵이용 권리'를 주장한 것은 "핵을 포기할테니 경수로를 지어달라"는 속내의 반영이었고 과거 경수로를 제공했다가 북이 핵무기 개발을 강행하는 모습을 지켜봤던 미국은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협상 타결은 북한과 미국이 서로의 입장을 절충시킨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북한은 전력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숙원사업이었던 경수로를 '확약'받지는 못했지만 향후 당당히 요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대내적으로는 '세계 최강인 미국과의 싸움에서 승리했다'는 명분을 얻었다.
미국은 '적정시점에 경수로 제공을 논의한다'는 '미래의 책임'을 떠안는 대신 현실적인 위협,즉 북한 핵무기와 핵 관련 프로그램 일체를 제거하는 과실을 얻었다.
대내적으로는 핵개발국으로부터 '항복선언'을 받아냈다는 주장을 펼 수 있게 됐고 국제사회에서도 강대국으로서의 체면과 관용을 과시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양국 모두 현 상황에서 챙길 수 있는 최대한의 실리를 가져갔다고 볼 수 있다.
한 회담 관계자는 "서로 비긴 셈"이라며 무승부 판정을 내리기도 했다.
이번 협상은 그러나 북·미 양측의 입장을 절충하는 데 치중한 결과 향후 또 다른 갈등을 내포하고 있다.
경수로 규모와 지원방식,지원 시기 등 모든 사항이 애매하게 처리됐음은 물론 지원여부 자체에 대해서도 명쾌한 결론이 없다.
우선 지원 시기에 대해서는 '적당한 시기'라고 했다.
회담 관계자들은 북핵 폐기와 국제사회의 대북신뢰가 만족할 만한 수준까지 왔을 때를 의미한다고 하지만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수준을 말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북한과 미국의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다.
아전인수격 해석으로 북·미 관계가 벌어질 단초가 될 수 있는 지점이다.
북핵 폐기 과정에서 미국은 경수로 지원 거부를 압박카드로 쓸 공산이 커 최악의 경우엔 북한이 미국의 경수로 지원거절을 명분으로 걸고 이번 합의를 번복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북핵 폐기의 구체적인 실행단계에서도 상당한 진통이 있을 전망이다.
이번 합의는 북핵문제 해결의 목표와 원칙을 담은 '말 대 말' 수준의 것이어서 '행동 대 행동'으로 옮기기 위한 보다 섬세한 협상이 필수적이다.
북핵폐기 원칙이 합의된 만큼 현재 가동 중인 핵 관련 프로그램은 일단 동결될 전망이다.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19일 "현 시점에서 (영변 핵 시설)의 가동목적은 무엇인가.
이제 그것을 꺼야할 때가 왔다"고 말해 즉각적인 핵활동 동결을 주문하고 나섰다.
북한도 6자회담의 모멘텀을 유지하고 합의사항에 대한 실천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원자로 가동을 중단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핵활동 동결 다음 단계인 '북핵 폐기를 위한 액션플랜 마련'이다.
오는 11월 열리는 제5차 6자회담에서 다뤄질 내용이다.
북핵 폐기의 단계별 조치,국제사회의 대북 신뢰 회복과정 등이 이의 반대급부인 대북 에너지 및 경제지원,북·미 및 북·일 관계 정상화와 맞물려 병행적으로 이행되는 과정이 남아있는 셈이다.
최소 2년 이상이 걸릴 수 있는 장기플랜이며 그 과정 하나하나에서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베이징=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