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 문화교류에 가교 역할을 하다가 지병으로 타계한 한봉덕 화백(1924~1997)의 사후 첫 유작전이 23일부터 서울 가회동 갤러리마노에서 열린다. 유족이 소장하고 있는 '환희','북구의 여인상' 등 유화 30여점,소묘 20여점 등 50여점의 유작이 출품된다. 평북 영변 출신인 한 화백은 유화로 동양의 수묵정신을 표현하는 등 독특한 기법을 구사했던 서양화가다. 한국의 전통회화,추사체를 원용한 문자 이미지를 현대미술에 접목시켜 한국적 유화 가능성을 탐구했다. 특히 그는 데생을 철저히 하는 화가로 유명한데 그의 소묘 작품에 나타난 필력은 힘이 강해 일가견을 이뤘다는 평가를 얻었다. 50~60년대 모필(毛筆)로 난을 치거나 고구려 벽화이미지를 추상화법으로 화폭에 담았으나 당시 화단에서는 '이단자'로 낙인 찍히기도 했다. 국내에서 그의 작품을 구입했던 스웨덴 의사의 권유로 스웨덴으로 건너가 80년대 말까지 20년간 유럽에서 활동하면서 한국과 유럽의 문화교류에 앞장섰다. 그는 60년대 추상을 거쳐 70~80년대 구상에 몰두하다가 90년 귀국 이후에는 추상과 구상을 접목해 자연과 인물을 활발한 필치로 구현해 냈다. 기법은 서양적이지만 내용은 동양적이다. 미술평론가 이경성씨는 "한 화백은 고구려 벽화에서 얻은 영감을 두터운 층으로 형성해 새 인간 동물 자연을 환상적으로 그려낸 작가였다"고 평했다. 10월16일까지.(02)741-6030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