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행희 < 한국코닝 대표이사 leehh@corning.com > 차를 타고 시내를 다니다 보면 우리나라의 운전면허 제도가 잘못돼 있다는 생각이 참 많이 든다. 한번 면허를 받으면 벌점이나 면허 취소로 인해 문제가 생긴 경우를 제외하고는 평생 자격증을 유지한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했다. 예상문제집을 달달 외워서 면허시험을 치르고는 시간이 지나면 잊어 버리게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 수 있지만 그 상태가 좀 심각한 경우를 종종 본다. 특히 운수업에 종사하거나 대중교통을 책임지고 있는 버스와 택시기사들의 면허증은 일반인의 그것과는 좀 다른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운전이 직업인 사람은 본인들의 원활한 업무 수행을 위해서라도 솔선수범해서 정차·주차할 때 다른 차의 소통에 문제가 되지 않도록 차선을 지키고,또 차선을 변경할 때 깜박이를 제때 켜 다른 차들의 주행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쯤은 기본이 아닐까 한다. 하지만 기가 찬 일이 참 많이 있다. 흥부가 자손을 많이 뒀다는 얘기는 익히 알지만 우리나라에 놀부의 후손이 많다는 사실에는 놀랄 뿐이다. 운전대만 잡으면 마법에 걸리는지 뒤따라오는 다른 차들은 상관치 않고 두 차선에 걸쳐서 정차하는 버스나,건물의 출입구를 막고 정차해 다른 차량의 소통에 불편을 끼치는 택시들을 보면 이들은 분명 놀부의 후손임에 틀림 없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친구가 출근길에 교통사고를 당했다. 크게 다친 곳은 없어서 불행 중 다행이었지만 그 내용을 들어 보면 어이가 없다. 평소처럼 차를 몰고 서해안 고속도로 안산 방향으로 가고 있었는데 옆 차선 트럭이 갑자기 바싹 다가와서 이를 피하려다가 중앙분리대를 박는 사고를 낸 것이다. 물론 그 운전자는 큰 차 운전한다고 폼을 잡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아났다는 것이다. 장난스럽게 여성 운전자를 놀려주려고 한 행동 같지만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한 일이다. 친척 가운데 한 분은 운전면허증을 따고는 박사학위 받았을 때보다 더 기분이 좋았다는 얘기를 하신 적이 있다. 운전면허증이 생활의 필수 자격이 된 지 오래지만 나는 우리나라 면허 시험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핸들을 어떻게 돌리고,S턴을 어떻게 하는지를 보는 기술 테스트만 할 것이 아니라 남을 배려하는 자세를 테스트 항목에 넣어 운전면허증을 신분까지 나타낼 수 있는 자격증으로 격상시키면 우리나라 교통 문제도 덤으로 해결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