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작가 조용호씨(44)가 두번째 소설집 '왈릴리 고양이나무'(민음사)를 펴냈다.


첫 소설집 '베니스로 가는 마지막 열차'이후 4년 만이다.


이번 작품집의 밑바탕에 깔린 정서도 울음과 슬픔으로,첫 소설집과 크게 다르지 않다.


수록작의 주인공들은 대개 사랑과 이별의 상처를 간직했거나 이로 인해 세상살이에 정착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떠도는 인물들이다.


표제작 '왈릴리…'의 주인공은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고 사진집을 내기 위해 아프리카 모로코로 온 남자다.


그 곳에서 만난 한국인 여성 가이드 역시 오래 전 남편을 잃고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한채 살아가는 처지다.


여자의 유일한 친구는 서른마리 고양이 뿐.죽은 아내가 있는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남자와 죽은 남편이 묻힌 땅을 떠나려 하지 않는 여자는 모랫바람 가득한 사하라 사막에서,하얀 묘석들이 여기저기 흩어진 바닷가 묘지에서 존재의 아픔을 공유한다.


"사랑에 대한 갈망 때문에 소설을 썼다"는 작가의 말처럼 9편의 수록작들은 이미 끝나 버렸거나 끝나가는 사랑을 노래하지만 동시에 지치지 않고 주변에 충일한 사랑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은 전작과 약간 다르다.


'사모바르 사모바르'가 대표적이다.


입김이 얼어붙는 시베리아에서 추위를 이기기 위해 항상 방 안에서 끓이는 사모바르(주전자 이름)처럼 러시아 여인 올린은 한국인 남편 창우를 사고로 잃었지만 상처를 이겨내고 치유해 나가는 꿋꿋한 모습을 보여준다.


마치 사모바르에서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수증기처럼 올린 역시 삶의 의미를 조금씩 되찾아 가는 모습으로 비쳐진다.


작가는 "냉정하게 조율된 이성과 가슴 밑바닥에 따뜻하게 고이는 갈망으로 읽는 이의 영혼을 건드릴 수 있다면 소설이 제 스스로 부끄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