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3일로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지 1년째를 맞는다. 최근 들어 전국의 홍등가에서 과거와 같은 휘황찬란한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단속의 직격탄을 맞아 성 매수 남성뿐만 아니라 성 매매 여성도 지난해 이맘 때의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변칙적인 성 매매 행위는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성 매매 여성에 대한 체계적인 자활 프로그램 공급과 업종 전환을 위한 성 매매 업주에 대한 지원도 부족한 실정이다. ◆홍등가를 찾는 발길은 줄어들어 20일 경찰청에 따르면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집창촌 업소는 1679개에서 1061개(9월15일 현재)로 36.8%가 줄었다. 지난 1년간 적발된 성 매매 업주와 성 매수 남성은 1만1474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34.2% 늘어난 반면 성 매매 여성은 29.4% 감소한 4786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법무부 관계자는 "성매매특별법이 발효된 뒤 위반 사범에 대한 기소율이 46.7%에서 61.5%로,구속률은 5.5%에서 6.3%로 높아졌다"고 밝혔다. 한때 70개 업소 500여명의 여성 종사원이 있었던 부산 서구의 속칭 '완월동'에는 현재 30여개소에서 220여명이 머물고 있다. 130여개 업소에 350여명의 여성이 일했던 경기도 평택시 평택역 앞 속칭 '평택 삼리'는 현재 50여개 업소만 문을 열어 놓고 있다. 유흥업소 주변 여관 등 숙박업소도 불황에 허덕이고 있다. 춘천지역의 한 부동산업자 우모씨(50)는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여관,모텔 등 숙박업소를 처분하려는 매물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성 매매는 음성화되고 집창촌에서의 성 매매가 줄어드는 대신 '원거리 출장매춘''출장 마사지' 등 변칙 성매매는 늘어나고 있다. 경찰의 단속 실적만 봐도 성 매매를 적발한 장소는 집창촌이 전체 적발 건수의 6%에 그친 데 비해 유흥업소의 '2차'가 34.1%,인터넷 성 매매 32%,유사 성행위 업소가 17.4%일 정도로 신종 성 매매가 활개치고 있다. 부산 서구 '완월동'의 경우 빠져나간 상당 수 여성이 서면,해운대 등의 룸살롱,단란주점 등에서 일하며 '2차'를 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집창촌인 마산 '신포동'에서 일하고 있는 정모씨(39)는 "특별법 시행 후 망한 업주가 속출하고 있지만 룸살롱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털어놨다. 국내 집창촌에서 일하던 여성들이 일본 호주 미국 등지에서 성 매매를 일삼다 대거 적발되는 등 일부 성 매매 여성은 해외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업종 전환 대책 강화돼야 인천 '옐로하우스'와 부산 '완월동'의 성 매매 여성들은 긴급생계비와 의료비,법률서비스 등을 지원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여성부로부터 '성매매 여성 자활사업 시범지역'으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지역에선 이런 혜택을 사실상 받지 못한다. 부산 '완월동'에서 수년간 영업을 해온 업주 이모씨(56)는 "이 일을 그만두고 싶어도 마땅한 대책이 없어 다시 영업을 하게 된다"며 "성 매매 집결지에 대한 재개발사업 등의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현석 기자 real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