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규제요? 그런 건 거의 없습니다." "일본 기업인들은 정부를 '규제를 하는 곳'이 아니라 '서비스를 하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추석 연휴 기간에 열린 '도쿄 게임쇼 2005'를 취재하면서 행사장 일대에서 만난 한국 게임업체 일본 현지법인 대표들은 정부 규제 얘기가 나오자 한결같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데이비드 리 넥슨재팬 사장은 "일본은 한국과 달리 영등위(영상물등급위원회) 규제 같은 게 없고 비디오게임의 경우 업계가 자율적으로 심의한다"며 "2년 동안 일본에서 사업을 하면서 규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은 적은 한번도 없다"고 말했다. 천양현 NHN재팬 대표는 "정부가 게임 내용을 미리 규제한다는 것은 일본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사장들의 말은 현지에서 바로 확인됐다. 취재차 NHN재팬 본사를 방문한 날 일본 경제산업성 가마타 마사키 계장과 온라인게임포럼 관계자들이 불쑥 찾아왔다. 이들은 한국에서 기자들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자발적으로 찾아와 일본 온라인게임 현황을 설명했다. 가마타 계장은 "정부는 규제하는 곳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수시로 업체 사람들을 만나 시장 돌아가는 얘기를 들으려고 노력한다"고 얘기했다. 한국 기자들 입에선 "일본이 이렇게 변했나"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기자들과의 간담회가 3시간 이상 길어졌는 데도 이들은 자리를 지키며 경청하고 진지하게 답변했다. 정부 담당자가 아니라 함께 새로운 서비스를 준비하는 협력업체 관계자 같은 느낌을 줬다. 일본 게임시장에서는 정부 규제가 없는 대신 업계 자율규제는 매우 엄격하다고 했다. 천 대표는 "정부는 기준만 세우고 그것을 충실히 집행한다"며 "특정 한도를 넘어서면 그 기업은 더 이상 사업을 할 수 없게 되므로 업체들 스스로 철저하게 선을 지킨다"고 설명했다. 간담회를 마치고 일일이 한국 기자들 손을 붙잡는 일본 관리를 보면서 쓴웃음이 절로 나왔다. 행사장에 늦게 도착해 정부 입장만 밝히고 서둘러 자리를 뜬 한국 공무원,업체 사장한테 당장 청사로 들어오라고 호통쳤다는 공무원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도쿄=임원기 IT부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