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물량은 넘치는데 배를 만들 도크를 더 팔 엄두는 나지 않았다.


여유 부지가 없는 데다 비용 또한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눈에 불을 켜고 통상마찰의 시비거리를 찾고 있는 유럽 조선소들도 한국 조선업계의 도크 확장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던 터였다.


2001년 삼성중공업의 고민은 여기에 있었다.


육상 도크를 새로 마련하지 않고서도 선박 건조량을 늘릴 수 있는 생산성 혁신 방안이 절박했다.


이른바 '플로팅 도크(Floating Dock) 공법'과 '메가블록(Mega-block) 공법'이 그 해결책이었다.


지난 16일 삼성중공업 경남 거제조선소.길이 290m,폭 52m의 플로팅 도크에서는 영국 BP가 발주한 10만t급 유조선 1척이 3분의 1 정도 건조되고 있었다.


육상의 일반 드라이 도크(Dry Dock) 안에서처럼 블록(선박 조립용 철구조물)을 조립해 배의 형체를 맞춰가는 작업은 똑같았다.


그러나 플로팅 도크 방식은 육상 도크 안에서만 건조한다는 그동안의 조선 개념을 180도 뒤집어버린 공법이다.


바지선 형태의 플로팅 도크는 말 그대로 '바다 위에 떠 있는 조선소'다.


삼성중공업은 2001년 12월 말 세계 처음으로 플로팅 도크에서 배를 만드는 데 성공,한꺼번에 세 마리 토끼를 잡았다.


유럽연합(EU)과의 통상마찰을 피하는 한편 원가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통해 밀려드는 건조 주문량을 소화해내고 있다.


계산법은 이렇다.


300m 길이의 새로운 육상 도크를 파기 위해서는 600억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가지만 선박 수리와 안벽용으로만 쓰던 기존 플로팅 도크는 매입 비용이 200억원에 불과했다.


400억원의 투자비를 절감한 것이다.


여기에 플로팅 도크에서만 척당 건조가격이 6000만∼7000만달러짜리 10만t급 유조선을 한 해 8∼9척 정도 더 만들어내고 있으니 그만큼 생산성 향상 효과를 보고 있는 것.


이 회사 양영모 생산기술담당 차장은 "플로팅 도크 1기를 추가로 설치해 내년 3월부터 가동할 예정"이라면서 "유조선뿐 아니라 컨테이너선,LNG선 등을 건조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에서만 볼 수 있는 또 다른 생산성 향상 공법은 메가블록 공법.건조기간을 단축하는 이 속성 공법은 플로팅 도크 건조 공법과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삼성중공업은 10만t급 유조선 1척을 건조하는 데 통상 100개 정도의 소형 블록이 필요했다.


하지만 지난 2001년 블록 수를 10개 정도로 대폭 줄여 조립하는 메가블록 공법을 개발했다.


400∼500t인 기존 소형 블록을 무게 3000t짜리 8층 건물 크기로 대형화해 건조기간을 줄이는 공법이다.


이런 대형 블록을 도크 안으로 옮기는 난관은 인양 능력이 3600t급인 해상 크레인을 활용,해결했다.


인천 앞바다 영종대교용 철구조물 등을 인양하거나 이동하는 데 사용하다가 놀리고 있던 해상 크레인이었다.


삼성중공업은 메가블록 공법을 플로팅 도크는 물론 제1∼3 육상 도크로 확대 적용해 평균 2.5개월 정도 걸리던 선박 한척당 도크 작업을 1.3개월로 줄였다.


이에 따라 연간 선박 건조량은 40척에서 50척으로 25%나 늘어났다.


지난달 중순에는 블록을 길이 70∼100m,무게 5000∼6000t으로 초대형화해 선박 1척용 블록 수를 평균 10개에서 3∼4개로 다시 줄이는 기가블록 공법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거제=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