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미국발(發) 허리케인' 소식으로 하루에만 7% 급등하는 등 다시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과 구리 가격도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원자재 시장이 전체적으로 동요하는 분위기다. 19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10월물 가격은 열대성 폭풍 '리타'가 허리케인급으로 세력을 키워 미국 멕시코 만에 접근하고 있다는 소식으로 무려 4달러 39센트(7%)나 급등,배럴당 67.39달러로 치솟았다. '리타'가 멕시코 만과 텍사스 주를 강타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다 이날 빈에서 정례 회의를 가진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이 증산 합의에 실패했다는 소식이 겹쳐 유가 상승을 더욱 부추겼다. 또 휘발유 선물(10월물) 가격도 14.4%나 상승했으며 천연가스 가격 역시 사상 최고치로 급등했다. 유가 급등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인플레 헤지(위험회피) 수단으로 간주되는 금값도 덩달아 크게 올랐다. 이날 NYMEX에서 금 선물(12월물) 가격은 하루 전보다 1.5% 오른 온스당 470.6달러를 나타내 1988년 6월 이후 17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여기에 일부 제조업체들이 금속 구매를 재개할 것이라는 소문으로 구리값마저 3.9% 급등,11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자재 가격이 줄줄이 상승함에 따라 19개 상품가격으로 구성된 '로이터-제퍼리 CRB 지수'는 전일 대비 3.5% 오른 328.25를 기록,1974년 8월 이래 가장 높은 상승폭을 나타냈다. 한편 미국 국립 허리케인센터는 '리타'가 20일 오후(한국시간 21일 새벽)쯤 허리케인으로 위력이 커져 플로리다주를 거쳐 이번 주말께에는 텍사스주나 멕시코로 상륙할 것으로 예보했다. 이에 따라 플로리다주는 물론 루이지애나주 등도 비상 사태에 들어갔고 주민들에게는 대피령이 내려졌다. 김선태 기자·뉴욕=하영춘 특파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