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항의 북핵 공동성명이 채택된 직후부터 북한과 미국이 경수로의 제공 시점을 놓고 전혀 상반된 입장을 내놓아 북한의 핵포기 및 경수로 제공 시점 문제가 차기 북핵 6자회담의 최대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11월초 베이징에서 진행될 제5차 6자회담에 앞서 관련국간에 다각적인 실무접촉들을 갖고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20일 공동성명 타결 관련 담화를 통해 "미국이 대북 신뢰조성의 기초로 되는 경수로를 제공하는 즉시 핵무기비확산조약(NPT)에 복귀하며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담보협정을 체결하고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가 미국의 핵위협을 더 이상 느끼지 않게 되면 우리에게는 단 한개의 핵무기도 필요없게 될 것"이라며 "기본은 미국이 우리의 평화적 핵활동을 실질적으로 인정하는 증거로 되는 경수로를 하루빨리 제공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6자회담 북한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도 이날 평양 귀환에 앞서 베이징서우두 공항에서 "미국은 경수로를 건설함으로써 대북 적대시 정책이 바뀌었음을 보여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이에 반해 미 국무부는 6개항의 공동성명 타결을 환영하면서, 경수로 제공 시점과 관련해 북한의 핵프로그램 해체, 핵무기비확산조약(NPT) 복귀,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조치 이행 등이 먼저 이뤄진 후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나섰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19일(현지 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북 경수로 제공 문제와 관련,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은 현존하지 않고 멀리 있는 문제"라고 말하고, 미 국무부의 입장을 재확인한 뒤 "경수로 문제 논의 순서가 이 같이 돼 있다는 것은 다른 많은 나라들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일본과 러시아도 즉각 북한의 이 같은 주장을 일축했고 중국은 아직까지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일본 외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미.일 3국은 6자회담 마지막에 `경수로 제공 문제는 북한의 핵계획 포기와 NPT 복귀 등이 이뤄진 후 적당한 시기에 논의한다'고 발언했다"며 북한의 이번 주장을 일축했으며, 러시아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알렉산드르 알렉세예프 외무차관도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이 NPT에 복귀하지 않을 경우 북한에 에너지 지원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19일 채택된 6개항 공동성명의 제1항은 `조선(북한)은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계획을 포기할 것과, 조속한 시일내에 NPT와 IAEA 안전조치에 복귀할 것을 공약하였다'고 밝힌 데 이어 `여타 당사국들은 적절한 시기에 조선에 관한 경수로 제공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데 동의하였다'고 명시하고 있다.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은 이날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미국은 분명히 핵폐기 완료시점, 또는 핵폐기가 분명히 불가역적으로 진행됐다고 판단되는 시점에 논의가 가능하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고, 북한은 `경수로 제공'이라는 다섯 글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앞으로 `적당한 시기'와 관련해 각측은 자기의 최대치를 얘기할 것이나 이 것은 조정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정부와 또 각국이 서로 양자.다자 접촉을 통해서 11월초 5차 회담이 시작되기 전까지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고위당국자도 "이 문제는 관계국간 협의를 통해 조정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 정부는 이 문제와 관련해 연구하고 있는 내용이 있으며 이에 대해서는 6자회담에서 각국에 이미 공지되어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부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NPT 복귀 및 IAEA의 제반 안전조치를 이행하면 경수로 제공과 관련된 절차를 시작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부는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6개항 공동성명 채택 등 베이징 북핵 6자회담 타결 내용을 보고받고 후속 대책을 협의했으며, 저녁에는 노 대통령이 청와대 본관에서 송민순(宋旻淳) 외교통상부 차관보 등 베이징 6자회담 대표단을 초청, 만찬을 함께 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홍덕화 기자 ducw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