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멘트]
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이 지난주 고금리 특판예금을 내놓은 데 이어 국내 은행들도 앞다투어 고금리 상품 경쟁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고객 유치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 속에 국내 은행들의 출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최은주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멘트]
외국계은행들이 연 4.5% 이자를 지급하는 1년짜리 정기예금 상품을 출시하자 국내 은행들도 속속 이와 비슷한 고금리 예금 상품을 내놓고 있습니다.
하나은행은 23일까지 연이율 4.0%의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을 판매할 계획이었지만 20일 예금금리를 최고 4.5%로 상향 조정한 상품을 새로 출시해 3조원 가량 신규자금을 유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고객들의 반응이 시원찮아 연이율 4.0% 수준으로는 외국계의 금리공세에 대적할 수 없겠다는 판단이 들어섰기 때문입니다.
기업은행과 우리은행 역시 1년 만기 정기예금에 각각 연이율 4.6%와 4.7%를 제공하는 복합예금상품을 20일과 21일 출시했습니다.
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해 이처럼 국내 은행들도 고금리 예금 상품을 앞다투어 출시하고 있지만 금리 경쟁으로 국내 은행의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 증권은 외국계은행의 경우 높은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해외에서 싼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해 전체 자금조달비용을 조절할 수 있는 반면 토종은행은 그렇지 못해 결국 자금조달 비용만 비싸질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 국내 은행 관계자는 "실제 외국계 은행들이 해외에서 자금조달하는 경우가 거의 없을 뿐더러 특판예금으로 유치한 신규고객들로 인해 수수료와 신용카드 부문 등 비이자수익이 늘어날 것이므로 외국계 대비 리스크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지금 금리수준으로 볼 때 4% 이상의 예금상품을 내놓으면 은행의 순이자마진율이 떨어질 것”이라며 우려를 감추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과 특판예금 부문에서 첫 금리전쟁을 치렀던 지난 상반기, 시중은행들은 유례없는 실적을 거뒀지만 순이자마진율(NIM)은 오히려 떨어졌습니다.
더욱이 ‘고금리 예금상품’이라는 비싼 대가를 치르고 유치한 자금을 운용할 곳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특판예금을 출시한 국내 은행 관계자도 "10월 금통위가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경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며 금리상승 속도 둔화에 따른 출혈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고객이탈을 막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출시된 고금리 예금상품이 이들 은행의 수익성을 떨어뜨리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지 않도록 적절한 대책도 함께 마련되어야 할 시점입니다.
WOW-TV뉴스 최은주 입니다.
최은주기자 ejchoi@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