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시즌을 알리듯 국회의원발 뉴스들이 줄을 잇기 시작했다. 엊그제는 KT SK텔레콤 등 통신업체들이 외국인 주주에게 지급한 배당액이 집중 부각됐다. 외국인 주주들이 중장기 투자보다는 단기적인 배당 요구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으로 자칫 국내 통신산업 전체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국회의원은 외국인 지분비율이 높은 KT가 단기수익 위주의 경영을 펼친다며 민영화를 문제삼기도 했다. 한마디로 외국인 주주들이 문제라는 얘기다. 통계를 보면 최근 몇년 사이 배당률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외국인 배당액이 높은 것은 투자비율상 당연한 것이고, 내국인 역시 상당한 배당을 받았다. 또 아무리 살펴봐도 외국인은 장기투자 대신 배당을 요구하고, 내국인은 배당 대신 장기투자를 선호한다는 증거는 발견할 수 없었다. 그리고 배당률이 외국의 다른 통신업체들에 비해 얼마나 높고 낮은지에 대해선 말이 없다. 오로지 배당 부담때문에 투자를 못했다고 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증 역시 없다. 지나친 배당 요구가 기업의 장기적 성장을 위한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걱정은 충분히 나올 수 있다. 그것은 주주위주 경영의 폐해로 곧잘 지적되는 것이기도 하다. 문제는 그렇다고 해서 그 모든 것이 외국인 주주들 때문인양 단정하는 것은 지나친 논리적 비약이다. 물론 단기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외국인 주주들도 있다. 최근 모 통신회사는 이런 외국인 대주주들때문에 신규 투자기회가 좌절됐다는 말도 들린다. 하지만 애당초 단기투자가 목적인 이들에게 장기투자를 왜 중시않느냐고 하면 그거야말로 번지수를 잘못 찾은 얘기다. 이것을 통신업계 전체 외국인 주주들도 그렇다고 과연 일반화할 수 있는지는 제대로 따져보고 난 뒤에나 판단할 문제다. 곰곰 생각하면 외국인이냐 내국인이냐보다 더 본질적인 문제가 있는 것 같다. 5년이고 10년이고 수익을 낼 수 있다는 확신만 있다면 주주들은 얼마든지 설득시킬 수도 있는 일이다. 문제는 그런게 과연 얼마나 되느냐는 것이다. 정통부는 이른바 IT839(정보통신 신성장전략)를 제시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외국인 주주 때문이 아니라 통신업체 스스로 외국인 주주들을 핑계 대서라도 하고 싶어하지 않는,그런 사업들도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요즘 돌아가는 꼴을 보면 외국인이 아닌 필자가 주주라고 해도 통신업체들의 장기투자에 손을 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안 생긴다. 한쪽에선 과당경쟁 한다고 기업들을 때리고(통신위원회), 또 다른 쪽에선 담합 등으로 경쟁을 안한다고 때리고 있다(공정거래위원회). 정통부는 유효경쟁을 위해 행정지도를 했다고 하면서도 막상 공정위가 문제삼고 나오면 행정지도 이후 벌어진 일은 오로지 기업 탓이라고 발뺌한다. 이런 규제 불확실성이 또 있을까. 기업들이 투자를 결심한들 또 무슨 소용인가. 말이 통신·방송 융합이지 뭐 하나 물 흐르듯 되는 일이 없다. 위성DMB가 그러했고, 인터넷 TV(IPTV) 또한 그런 식이다. 기술능력이 없어서, 투자여력이 없어서 그런 것도 아니다. 정통부와 방송위간 갈등때문이다. 그런데도 모든 문제를 외국인 주주탓으로 돌릴 수 있을까. 논설위원·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