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플라자 합의로 1990년대 최장기 호황을 여는 돌파구를 마련했다. 제조업체들은 엔고에 힘입어 해외 시장에서 수출 상품의 가격 경쟁력을 키울 수 있었고 국내에서는 구조조정의 기회를 얻었다. 그 결과 90년대 미국 경제는 투자 확대와 소비 증가에도 불구하고 저금리와 저물가가 공존하는 이른바 '신경제(New Economy)'를 이뤄냈다. 정보기술(IT)의 발전과 이에 따른 가격 하락이 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불러와 '인플레 없는 고성장'을 달성했다. 그러나 플라자 합의는 기대했던 경상수지 적자 해소에는 별 도움을 주지 못했다. 미국 연방정부의 만성적인 재정 적자와 기업의 낮은 경쟁력 등 고질적인 경제 체질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 말 미국의 경상 적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6%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플라자 합의 당시의 2%대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만성적인 쌍둥이적자 문제로 달러화 약세가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스티븐 로치 수석 이코노미스트 등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달러화 약세는 세계 경제의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한 불가피한 흐름이며 장기적으로도 바람직한 현상"이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