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는 올해가 특별한 해다. 20년 전 플라자 합의가 불러왔던 장기 침체와 만성적인 디플레이션이 마침내 끝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플라자 합의 이후에도 관세 등을 이용한 수입 제한을 계속했기 때문에 대미 흑자 규모는 거의 줄지 않았다. 타격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생했다. 엔화 가치가 급등하자 국내외 투자자금이 몰려 들어 부동산을 비롯한 심각한 자산 거품이 발생한 것이다. 실물경기가 뒷받침되지 않은 부동산 거품은 1980년대 후반 미국과 유럽이 금리를 올리자 순식간에 꺼졌다. 1990~97년까지 무려 10조달러의 자산가치가 증발했고 부동산 대출이 많았던 은행들은 동반 부실화됐다. 그러나 일본 경제는 올 들어 확연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무엇보다 제조업체들의 설비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도요타와 다이하쓰 등 자동차 회사들과 도쿄제철 등 제조업체들은 엔고 20년 동안 체질을 강화,해외에서 다시 일본으로 들어와 공장을 짓고 있다. 일본 정책투자은행에 따르면 올해 제조업체들의 설비투자 증가율은 15년 만에 가장 높은 19.8%에 달할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올해 일본 경제성장률을 당초 0.8%에서 2.0%로 올리기도 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