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승렬 대리(33)는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종합주가지수만 보면 마냥 즐겁다.


지난해부터 매달 붓고 있는 적립식 주식펀드 투자 수익이 증시 상승 흐름을 타고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김씨는 매달 40만원씩을 월급에서 떼내 적립식 펀드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 넣기 시작한 성장형 주식펀드는 원금(510만원)과 투자수익(221만여원)을 합친 평가액이 현재 731만여원이나 된다.


총수익률이 43%로 연수익률로 환산하면 28% 이상이다.


연 5%에도 미치지 못하는 은행 예금 이자로는 도저히 넘볼 수 없는 수준이다.


지난해 5월부터 10만원씩을 붓고 있는 인덱스 펀드(개별 종목 시세가 아니라 전체 주가지수 흐름에 따라 수익률이 정해지는 펀드)도 원금 160만원에 투자수익이 50만원 넘게 붙어 총수익률이 30%를 웃돈다.


김씨는 "선배 세대처럼 운 좋게 아파트에 당첨돼 재산을 불리던 시절이 다시 돌아오기는 힘들지 않겠느냐"며 "지금의 은행 이자로는 돈을 모은다는 게 불가능한 만큼 다른 대안도 없다"고 말했다.



최근 은행과 증권사 지점에는 '지금 펀드에 가입해도 늦지 않았느냐'는 투자자들의 문의 전화가 끊이지 않고 있다.


부동산 값을 잡기 위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담긴 '8·31 대책'이 발표된 데 이어 종합주가지수가 지난 7일 무려 10년 10개월 만에 사상 최고치를 돌파한 뒤에도 쉬지않고 기록을 경신해 가는 초강세장이 연출되면서 펀드 투자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자산을 불릴 수 있는 마지막 투자처가 증권시장이라는,이른바 '증시 대세론'도 확산되는 추세다.



◆펀드투자 왜 관심 집중되나


김기봉 CJ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감안할 때 과거처럼 부동산 투자를 통해 대박을 내기가 어려워진데다 현재 은행 금리로는 원금 보전도 쉽지 않다는 것을 투자자들 스스로 인식하기 시작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동산 대박 신화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세금 중과나 행정 규제 등 정부 감시를 피해 과거처럼 엄청난 투자 수익을 얻기가 쉽지 않아졌다는 인식이 투자자들 사이에 퍼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박미경 한국투자증권 마제스티클럽 부장은 "투자처를 저울질하던 자금 가운데 상당수가 주식 펀드로 몰려오고 있다"며 "자산 증식 수단으로서 증시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은 적어도 올해 들어서 투자수익률 측면에서 주식형 펀드가 강남 아파트를 앞지른 것과도 무관치 않다.


국민은행과 펀드평가회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8월 말까지 서울 강남구역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19.2%였고 9월들어 주춤한 데 비해 주식형펀드 수익률 은 지난 14일 현재 30.28%로 10%포인트 넘게 앞섰다.


실제 최근 1년새 수익률이 50%를 넘어선 펀드들이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개인 자산 비중에서 주식 관련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게 낮은 수준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미국과 일본 개인투자자들의 부동산대 금융 자산 비중은 30대70 정도인 반면 한국은 80대20으로 나타나고 있다.


금융자산 내 은행 예금 대 주식상품 비중도 미국은 15대34이지만 우리나라는 60대5 수준에 불과하다.


뒤집어보면 그만큼 주식자산 비중이 커질 개연성이 높다는 얘기가 된다.



◆펀드 투자,하루라도 빨리 시작하라


전문가들은 '어떤 이유에서건 이제껏 간접투자를 외면했다면 지금부터라도 서둘러 시작하라'고 공통적으로 조언하고 있다.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사장은"미국의 예에서 보듯 저금리가 고착화된 상황에서 주식형 펀드 투자는 노후를 대비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 될 것"이라며 "현재 주가가 너무 올랐다고 생각하지 말고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야 그만큼 이득을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펀드 투자는 때에 따라 원금 손실도 감수해야 한다는 게 문제이지만,전문가들은 장기 투자와 분산 투자를 통해 이 같은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몇가지 투자 원칙만 지킨다면 지금 펀드투자를 시작해도 시중금리 이상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증권 박부장은 "펀드 투자는 장기 투자할수록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여러 상품에 자금을 나눠 분산투자 효과를 극대화하면 원금 손실 가능성을 낮추면서도 높은 수익률을 낼 가능성이 많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자신의 투자 성향과 목표수익률을 결정한 뒤 거기에 맞춰 성장주,중소형주,가치주,인덱스형 또는 주식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혼합형 등 여러 유형 중에서 최소 2~3개 펀드를 골라 나눠 투자하는게 좋다고 설명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