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규 < 명지대 교수.경제학 > 오늘은 지난 1985년 9월22일 선진 5개국 중앙은행이 달러화 약세를 유도하기 위해 공동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한 플라자협정 20주년이 되는 날이다. 플라자합의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한 것이었다. 당시 미국의 GDP 대비 경상수지 적자는 약 3.0%였다. 한편 우리나라 외환위기 원인의 하나로 지적됐던 1996년 경상수지 적자는 GDP 대비 약 4.2%였다. 미국 상무부 발표에 의하면 올 1분기 미국의 GDP 대비 경상수지 적자는 6.5%,그리고 2분기는 6.3%를 기록했다. 만약 미국이 우리나라와 같이 달러를 찍어내는 기계가 없는 나라였다면 외환위기가 닥칠 수도 있을 적자 규모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1985년 플라자협정 당시 미국의 GDP 대비 경상적자가 3.0%에 불과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현재 미국이 안고 있는 경상적자 규모가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찰스 달라라 국제금융기구(IIF) 소장은 G7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에게 보낸 지난 14일자 공개서한에서 최근 국제수지 불균형과 유가급등 등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2년마다 발송되는 이 서한은 이어 국가간 거시경제정책의 조정을 위해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캐나다 이탈리아로 구성된 기존 G7을 확대, 선도 신흥경제국인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를 포함한 G11로 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한편 플라자협정 당시에는 미국 국제수지 적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가가 일본이었지만 지금은 중국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달러당 일본 엔화 환율은 플라자합의를 계기로 1985년 2월 달러당 260엔이던 것이 1988년 5월에는 125엔까지 하락했다. 1980년대 중반에는 이렇게 엄청난 엔화절상이 이뤄졌지만 현재 중국의 위안화 환율은 국제적인 압력에도 불구하고 금년 7월 달러 대비 겨우 2% 정도 절상하는 데 그쳤고 이 정도의 절상으로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기에 매우 미흡하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하에서 외환시장 개입에 국제적인 협력 필요성을 절감한 미국은 플라자협정과 같은 형태의 새로운 공동외환시장개입(concerted foreign exchange rate intervention)을 구상중이다. 바로 이것이 신플라자협정이다. 외환시장개입이 어느 한 나라에 의해 무질서하게 이뤄지는 것보다 여러나라에 의해 동시에 질서있게,그리고 공개적으로 이뤄질 때 효과가 잘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플라자협정 때에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5개국이 공동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했지만 이번에는 G11이 중심이 돼 외환시장 개입이 이뤄질 것이며 IMF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국제경제 환경변화는 우리에게 몇 가지를 시사한다. 첫째, 지금은 비록 중국의 위안화절상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지만 조만간 동아시아국가들에도 외환시장 공동개입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원화는 추가절상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환율변동성 또한 더욱 확대될 전망이기 때문에 기업 및 정부 차원에서 환리스크를 관리하는 데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특히 가장 큰 외환포지션을 가지고 있는 중앙은행은 외환보유액의 통화별 구성에 대해서도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로는 신플라자협정이 본격 진행되는 과정에서 동아시아 국가간 국제수지 균형과 경제안정을 위해서도 역내 환율정책 협조의 필요성이 동시에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동아시아 역내의 환율정책 협조 필요성은 커졌지만 여러 여건상 아직은 유로와 같은 단일통화를 생각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그러나 환율조정제도(ERM),유럽통화단위(ECU)의 창출 및 사용,신용공여제도를 기반으로 하는 유럽통화제도(EMS)와 비슷한 형태의 역내 환율안정제도에 관한 논의 등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