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할 수도,팔 수도 없는 땅에 세금만 두배 세배 오르고 있으니 말이 됩니까?" 5년 전 경기 평택시 송탄 근처에 작은 농지를 사두었던 현모씨는 요즘 땅 생각만 하면 속이 상한다. 매입한 땅 300여평의 일부가 도로로 수용되면서 좌우 15m가량이 완충녹지로 묶였기 때문이다. 완충녹지에는 건축물을 짓거나 도로를 낼 수 없기 때문에 현씨의 땅은 고스란히 길 없는 맹지로 남아야 할 판이다. 진입로를 확보할 수 없으니 완충녹지 이외의 지역에도 건축물을 지을 수 없어 개발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현씨를 더욱 답답하게 하는 것은 받을 때마다 금액이 올라 있는 세금 고지서다. 수도권에 있는 땅이라 공시지가가 높아 보유세가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현씨 땅의 경우 2000년 4290원(㎡당)에 불과했던 공시지가가 지난해에는 두 배가 넘는 9240원으로,올해는 세 배가 넘는 1만5800원으로 급격히 상승했다. "쓸 수도 없는 땅인데 세금만 계속 늘어나니 억울하다"고 현씨는 하소연하고 있다. 8·31 부동산대책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사람은 현씨와 같은 그린벨트·임야·보전녹지·근린공원지역 등 개발이 제한돼 있는 땅 소유주들이다. 땅값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세대별 합산과세와 공시지가 상승 등으로 보유세는 급속도로 올라 '진퇴양난'에 처했다. 팔기도 여의치 않다. 인근 B공인 관계자는 "개발이 어려운 땅인 데다 8·31대책으로 땅을 사려는 사람은 해당 지역에서 1년 이상 거주해야 하고 매입한 땅은 최장 5년간 되팔 수 없게 돼 매수세도 씨가 말랐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공시지가에 이미 거래가치 등이 감안돼 있는 만큼 개발 가능성이 없다고 해서 세금을 적게 매길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보유세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 역시 "세금 부과 기준을 현실화하는 과정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땅 소유주들은 불만을 쏟아낸다. 마음대로 쓸 수도 없는 땅에 세금만 잔뜩 매겨놓은 것은 불합리한 처사라는 지적이다. 현씨는 "개발을 제한하는 땅과 그렇지 않은 땅의 보유세를 똑같이 공시지가로 매기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명기 JMK플래닝 사장은 "수도권에서는 개발이 제한된 지역이라 하더라도 공시지가가 높게 나오는 경우가 많아 보유세 부담이 크다"며 "투자 해뒀던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나는 세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팔려고 하겠지만 팔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