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 최대 종단인 대한불교조계종이 차기 총무원장 선출을 앞두고 선거국면에 들어갔다.총무원장은 거대 종단의 인사·재정 등을 아우르는 '막강한 힘'이 주어지는 자리인 만큼 종단내에서는 물론 밖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현행 조계종 선거법에 따르면 총무원장 유고시 한 달 안에 선거를 공고하고 그로부터 한 달 안에 선거를 치러야 하므로 시간이 많지 않은 상태. 따라서 자천타천으로 차기 총무원자 후보가 거명되는가 하면 선거를 통한 경선방식을 개선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선거를 할 경우 중앙종회의원 81명과 24개 교구별로 뽑힌 10명씩의 선거인단 등 모두 321명이 총무원장 선출에 참여한다. 특히 관심을 끄는 대목은 경선보다는 범 종단적 지지를 통해 총무원장을 만들자는 '합의추대론'. 현 집행부를 지지하는 종단 내 최대 계파인 일승회와 화엄회를 주축으로 한 18개 교구본사 주지들은 지난 20일 유성에서 모임을 갖고 차기 총무원장을 합의로 추대하자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법장 전 총무원장이 자신의 육신마저 기증하고 떠나면서 대외적으로 불교의 이미지가 제고된 마당에 경선으로 인한 부정적 모습을 보여줘선 안 된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조계종 사상 처음으로 시도되는 합의추대가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종단 내 최대 계파인 일승회와 화엄회,금강회,집행부에 비판적인 태도를 견지해온 야당격의 보림회 등 다양한 계파들의 합의를 실제로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조계종 기획실장 법안 스님은 "현재의 종단 분위기로 볼 때 합의추대론을 지지하는 사람이 70%를 넘는 것 같다"며 "상호 간의 양보와 결과에 대해 무조건 승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직 이른 감이 있지만 예상 후보들의 이름도 오르내리고 있다. 포교원장을 지낸 정련(부산 내원정사 주지),현 포교원장 도영,중앙종회 의장 법등,중앙종회 부의장 원택,전 포교원장 정락(수원 용주사 주지),금강회 회장 보선(전 대흥사 주지),군종특별교구장 일면 스님 등 10여명이 물망에 올랐다. 이 중 정련 스님에 대해서는 풍부한 행정경험과 종단정치에 물들지 않은 참신함 등을 이유로 최소한 2개 계파 이상이 출마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총무원장을 어떤 사람이 맡아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른바 '정치승'들의 권력 다툼과 이해관계에 따라 총무원장이 선출되는 관행은 이제 없어져야 한다는 얘기다. 종단의 한 관계자는 "21일 중앙종회 산하 선거관리위원회가 향후 선거 일정을 발표한 만큼 1~2주 안에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