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현장] (3) 동희오토 ‥ JIT 업그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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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의 소형차인 모닝의 생산을 위탁받은 동희오토는 시제품을 만들어보기도 전에 큰 난관에 부딪혔다.
2002년 5월 충남 서산의 항공기 날개 제작 공장을 사들여 자동차생산라인으로 개조했지만 공장이 비좁아 부품 등을 쌓아둘 곳조차 마땅치 않았던 것.자동차공장의 물류 공간이 40% 선이지만 이 공장은 15%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증설은 꿈도 꾸질 못했다.
여유부지는 물론 자금과 시간도 없어서였다.
재고를 획기적으로 줄이지 않고선 공장을 돌릴 수 없다는 계산이 나왔다.
도요타의 JIT(Just In Time·적기공급) 방식을 벤치마킹하기로 한 이유다.
처음엔 도요타 방식을 어깨너머로 배웠다.
그야말로 '흉내'였다.
품명 업체명 수량 입고일자 등의 정보(바코드)를 담은 '간판(종이카드)'을 부품용기나 반제품에 부착,공정이 끝나면 간판을 거둬들여 정보를 판독한 뒤 전산망으로 납품업체에 주문을 내는 식이었다.
간판방식도 그런대로 쓸 만했다.
하지만 동희오토는 욕심을 냈다.
'간판'을 전자태그(RFID)로 대체한 'e-JIT 시스템'을 고안,지난 4월부터 생산라인에 적용했다.
이 시스템은 이렇다.
차체조립과 도장(페인트칠)을 마친 보디(자동차 몸체)가 의장라인으로 넘어가기 전에 담배갑보다 작은 크기로 특별 주문제작한 전자태그를 차체지붕 위에 올려놓는다.
의장라인에는 공정별로 12개의 안테나와 센서가 부착돼 있어 전자태그가 라인을 타고 지나가면 실시간으로 정보를 읽어들여 메인 컴퓨터로 보낸다.
이 시스템은 간판방식에 비해 훨씬 많은 정보를 보다 빠른 시간에,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정 부품이 어떤 생산라인의 무슨 공정에 와 있는지 위치파악은 물론 다음 공정에 무슨 부품이 얼마나 필요한지까지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
'정확히 원하는 시기(Just In Time)'에 필요한 부품과 수량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재고를 갖고 있을 이유가 없다.
일반 자동차업체가 1일~1.5일분의 재고를 쌓아두고 있는 데 비해 동희오토의 재고량은 일반 공장의 11~17% 수준인 4시간분에 불과하다.
부품 납입지시도 정확해졌다.
간판방식은 발주정확도가 92~93%에 머물렀지만 RFID방식은 99%로 완벽에 가까웠다.
동희오토의 혁신 노력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가뜩이나 비좁은 공장에 부품을 가득 실은 대형 트럭이 수십대씩 줄지어 늘어서는 혼잡을 막기 위해 공장 인근에 사외물류센터를 세웠다.
이로 인해 공장을 드나드는 부품운반 트럭이 종전 하루 평균 700대에서 300대로 급감했다.
e-JIT 시스템의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시스템 도입 전인 작년만 해도 HPV(Hours Per Vehicle·차량 1대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가 21.8시간이었지만 올 들어 지난달까지 8개월 동안 평균 16.7시간으로 단축됐다.
도요타(20.6시간)는 물론 세계 최고인 닛산(17.2시간)보다 뛰어난 수준이다.
지난해 11만2000대를 만들었지만 별도의 설비증설 없이 올해는 15만대로 생산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동희오토 신선식 부회장은 "e-JIT시스템 도입으로 올해부터 매년 100억원 이상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서산(충남)=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