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TA 하려면 쇠고기.스크린쿼터 먼저 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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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와 재계가 한목소리로 한국 정부에 스크린 쿼터(국산영화 의무상영일수) 축소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이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려면 협상에 들어가기 이전에 이 같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주문이어서 연내 한·미 FTA 협상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는 한국 정부 입장이 다급해졌다.
정부는 미국을 방문 중인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귀국하는 대로 대책 마련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미국 재계까지 나서서 압박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와 미·한재계회의(US-Korea Business Council)는 21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공동 기자간담회를 열고 '2005년 한·미 경제현안 정책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서 미 재계는 "한국은 미국과의 FTA 체결을 위해 협상에 들어갈 준비가 됐다는 신호를 미국 정부와 의회에 보내야 한다"며 "스크린 쿼터 축소와 농업 의약품 자동차 통신 등의 주요 현안에 관한 중요한 진전이 그 신호가 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 재계는 특히 오는 11월로 예정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이전에 스크린 쿼터를 축소해 줄 것을 요구했다.
마이런 브릴리언트 미·한재계회의 사무국장은 "최근 미국 의회가 미국·중미 자유무역협정(CAFTA)을 근소한 표 차이로 비준한 것은 차기 FTA 체결 대상국이 미국 의회와 주요 산업의 지지를 받을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스크린 쿼터 축소 등 상징적 조치를 취할 필요성이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앞서 롭 포트먼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20일(현지시간) 방미 중인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의 회담에서 한국이 미국과 FTA 체결을 원한다면 스크린 쿼터와 쇠고기 수입 문제 등 통상 현안을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빠진 한국 정부
정부는 올해 안에 미국으로부터 FTA 협상을 시작하자는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미국과의 FTA는 당분간 요원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대통령에게 광범위한 통상 관련 협상권을 부여하는 패스트 트랙(fast track)이 2007년 7월이면 시한 만료되기 때문에 올해 안에 협상 시작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사실상 미국과의 FTA는 수년 내에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FTA를 통상 외교의 돌파구로 찾은 정부는 미국 일본 중국 EU(유럽연합) 등 거대 경제권과 FTA를 하나도 체결하지 못한 데 대한 부담감도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과의 FTA 협상이 재개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인 데다 미국을 제쳐놓고 중국과 FTA를 먼저 맺는 것이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미국과의 FTA 협상이 장기화될 경우 '변방만 두드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김현종 본부장이 귀국하는 대로 미국 정부의 요구를 토대로 신속한 대책 마련에 착수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외교부 관계자는 "스크린 쿼터 문제는 한국 영화의 수준이 상당히 높아진 만큼 다시 공론에 붙여야 할 시기가 왔고 최근 한덕수 경제부총리가 영화인들과 만난 것도 그 일환"이라고 말해 미국과의 FTA 협상 착수에 강한 의지를 내보였다.
김용준·유창재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