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타' 23일 밤 텍사스 상륙 ‥ 멕시코만 석유시설 73% 가동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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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 '리타'의 상륙을 앞두고 미국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리타는 21일(이하 현지시간) 카트리나보다 센 5등급 허리케인으로 돌변,최대 시속 175마일(280km)의 강풍을 동반한 채 미국 최대 정유단지인 텍사스주를 향하고 있다.
리타는 23일 늦게나 24일 새벽 멕시코만 연안에 있는 섬인 텍사스주 갤버스턴과 휴스턴 지역으로 상륙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까지 5등급 허리케인이 미국 본토에 상륙했던 적이 세번밖에 없어 미 정부와 시민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리타가 내륙에 상륙할 때는 세력이 3등급으로 약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연방정부와 지방정부들은 카트리나의 위력을 실감한 터여서 피해예상지역의 주민 130여만명을 조기 대피시키는 등 서둘러 대비에 나서고 있다.
한인 교포들도 일제히 피난 길에 오르거나 대피를 준비하고 있다.
휴스턴 총영사관은 이날 리타가 지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텍사스주 갤버스턴과 코퍼스 크리스티 등지에 거주하는 교민 750여명에게 전화 등으로 대피를 권유했다.
또 뉴올리언스 교민 2500여명에게도 현지에 관계자를 파견,대피를 독려하고 있다.
휴스턴 일대 거주 교민 3만여명도 리타의 진로를 주시하며 대피 준비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는 "집이나 사업은 다시 일으킬 수 있지만 생명은 되돌릴 수 없다"며 "연안지역 주민들은 22일 오후나 늦어도 23일 새벽까지는 대피하라"고 권유했다.
특히 리타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 있는 갤버스턴의 주민들에겐 아예 강제대피령이 내려졌다.
이날 오후엔 대피를 유도했던 공무원들마저 떠나 갤버스턴은 거의 텅빈 유령의 도시로 변했다.
뉴올리언스시 주민들은 이번에는 대피령이 떨어지자마자 서둘러 도시를 떠나는 모습이었다.
주민들은 대피에 나서면서 귀중품을 비닐봉지에 넣어 집안 높은 곳에 보관하고,창문과 문을 합판이나 비닐로 봉쇄했다.
인근 고속도로는 대피행렬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하루종일 정체현상을 빚었다.
대피길에 오른 샘 앤톤은 "카트리나는 일단 피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깨우쳐 줬다"고 말했다.
카트리나 때 늑장 대처로 홍역을 치렀던 연방정부의 대응도 발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주정부의 대피명령에 따라줄 것"을 호소하면서 2만5000여명의 연방군과 1만3000여명의 주정부군을 인근 지역에 급파했다.
또 병원선을 포함한 10대의 함정과 20대의 헬리콥터 등을 긴급 구조에 나설 수 있게 비상 대기시켰다.
마이클 처토프 국토안보부장관은 "리타가 본토에 상륙할 때쯤에는 모든 준비가 완료될 것으로 본다"고 자신했다.
텍사스주 연안에 위치한 석유회사들도 관련시설을 폐쇄하고 인력을 대피시키고 있다.
미국 최대 정유업체인 발레로 에너지는 휴스턴과 텍사스시에 있는 정유공장 조업을 축소했다.
마라톤오일도 텍사스시 정유공장을 폐쇄하고 직원들을 피난시켰다.
또 BP와 엑손모빌 셸 등 대부분 석유회사들이 원유생산 및 정유공장의 가동을 일시 중단하고 있다.
이와 함께 베이시티에 위치한 원자력 발전소도 가동중단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광물관리청은 이날 멕시코만 일대 석유생산 시설의 73% 이상이 가동을 중단한 상태라고 밝혔다.
가동이 중단된 석유시설의 생산량은 하루 109만7357배럴에 이른다.
"허리케인에 두 번 당할 수는 없다"며 똘똘 뭉쳐진 미 정부와 주민들이 리타의 피해를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