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리타로 가장 큰 피해가 우려되는 텍사스 지역은 미국 석유산업의 심장부다. 텍사스주는 하루 평균 144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어 미국 내 전체 원유공급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찍부터 석유 산업이 발달해 서부텍사스산 원유(WTI)가 미국뿐만 아니라 국제 유가의 기준이 되고 있을 정도다. 루이지애나주도 하루 147만배럴을 생산하고 있어 멕시코만과 접한 텍사스와 루이지애나 두 주에서만 미국 원유 생산의 절반 이상을 맡고 있다. 텍사스주에는 원유뿐만 아니라 정제 설비도 밀집해있다. 텍사스에는 총 26개 정제시설이 있으며 하루 정제능력은 467만배럴에 달한다. 이는 루이지애나주(270만배럴)의 두 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게다가 텍사스주 정유시설의 대부분은 멕시코만 연안에 자리잡고 있다. 따라서 허리케인 피해 예상지역에 포함돼있는 정제 설비의 생산량은 하루 400만배럴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미국 전체 생산량의 4분의 1에 해당된다. 따라서 리타가 이 설비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할 경우 지난번 카트리나 때보다 훨씬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에너지안보분석기구(ESAI)의 릭 뮐러 애널리스트는 "휴스턴 지역은 미국 정유산업의 중심지"라며 "만약 카트리나가 루이지애나를 덮친 강도로 이 지역이 피해를 입게 된다면 주유소에 줄을 서서 휘발유를 배급받는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조차도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텍사스주 해안선을 따라 높은 파도를 막아주는 섬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어 루이지애나주에 비해서는 피해가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석유시장 분석가인 마크 로트씨는 "카트리나 때보다 피해를 입는 시설의 수는 많아지겠지만 피해 규모가 작아 더 빠른 시일 안에 정제 설비가 정상 가동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