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보테크가 분식회계설만 무성한 채 장기간 거래정지되면서 금융감독당국과 증권선물거래소의 시장 관리 및 감독 기능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터보테크가 분식회계설에 대한 사실확인(조회공시)을 무작정 미루고 있지만 금융감독원과 증권선물거래소는 속수무책이란 말만 되풀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터보테크는 분식회계설이 알려진 지난 9일부터 이날까지 14일(거래일수 기준으로 9일)간 매매거래가 정지됐으며 지금으로선 언제쯤 거래가 재개될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특히 회사측이 내부적으로 분식 사실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관련 사실을 공시하는 데는 주저하고 있다.


터보테크 관계자는 "언론 보도 수준의 분식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관련 사실을 언제쯤 공시할지,왜 이렇게 공시가 늦어지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증권거래소는 지난 21일 투자자 보호를 위해 관련 사실을 빨리 공시해 달라고 터보테크측에 요청했지만 공시 시한에 대해서는 역시 확답을 못 내놓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분식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파장을 염려해 회사측이 대책마련에 필요한 시간벌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도 "공시를 강제할 수단은 없다"고 밝혔다.


금감원도 분식 혐의에 대한 조사 착수와 관련 제도 보완을 미룬 채 거래소측에 책임을 미루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분식 혐의를 조사할 필요성은 있지만 지금 당장 착수하든,터보테크의 공시 결과를 지켜본 뒤 착수하든 거래 재개 여부와 관련해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감원 관계자도 "조회공시 요구는 증권거래법상 증권선물거래소의 고유권한"이라며 "지금은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결국 투자자들은 터보테크의 공시만 목이 빠지게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작년 11월에도 코스닥기업인 아이메카가 분식회계설에 대한 조회공시를 미루면서 19일(거래일수 기준으로 13일)간이나 매매거래가 정지됐었다.


한 소액주주는 "상장기업이 분식회계설에 휘말렸는데도 회사측은 물론 금감원과 거래소 어느 곳 하나 사실관계를 확인해 주지 못하고 있다"며 "이러고도 주식시장 활성화를 외칠 수 있는지 납득이 안간다"고 비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